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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둔 장수연./사진=K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장수연(23ㆍ롯데)은 ‘멘탈 훈련’의 효과를 크게 본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해 본지와 인터뷰에서 “원래 욱하는 면이 있어서 공을 잘 치다가도 잘 풀리지 않으면 급격히 무너지곤 했는데 코치님으로부터 멘탈 훈련을 받은 후엔 그런 게 많이 없어졌다”고 털어놨다.
승부욕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급한 성격의 선수들은 실력이 뛰어나도 승부처에서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승부욕도 과유불급인 셈이다. 장수연도 그런 유형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시즌 1승을 거둔 선수 중에서도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252.86야드ㆍ13위)와 그린 적중률(77.16%ㆍ7위)이 좋은 편이다. 장수연과 같은 선수들은 멘탈이 바로 잡히는 순간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10일 경기도 가평군 가평베네스트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 KLPGA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엮어 8언더파 64타를 친 끝에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정상에 섰다. 선두 장하나(25ㆍBC카드)에 6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으나 맹타를 휘두르며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냈다.
대회 역사상 2번째 최다 타수 차 역전 우승이다. 지난 2014년 백규정(7타 차)과 2015년 안신애(7타 차)는 이 대회에서 불가능해 보이던 우승을 기록했다.
장수연이 투어에서 기록한 3승은 모두 ‘역전 우승’이다. 그는 생애 첫 우승 때인 지난 해 4월 롯데마트 여자오픈 최종일에 8언더파를 몰아쳐 3타 차 역전 우승을 쏘아 올렸다. 그 해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때도 마지막 날 7언더파의 맹타를 휘두르며 2타 차 역전 드라마를 썼다.
생애 첫 메이저왕관을 쓴 장수연은 경기 후 “타수 차가 많은 상황에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고 플레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역전 우승으로 배운 것에 대해 “올 시즌 짜증과 화가 많이 났었다. 원래 화를 잘 내긴 하는데 그게 악순환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계속 짜증내고 안 되면 더 자책하고 그랬는데 시즌 중반부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 것 같다. 그래서 (멘탈이) 많이 좋아졌다”며 한 동안 주춤한 원인이 심리적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했다.
골프 멘탈 코치로 활동 중인 김필중 중앙대 체육교육과 스포츠심리학 박사 겸 아이펙 퍼포먼스랩 대표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1부 투어 선수들 중 상위권 선수들의 경우 ‘멘탈 홀’인 15~17번홀에서 승부가 갈리곤 한다. 심리적 변화가 제일 많은 구간이다. 앞서 낸 성적에 따라 잘 해보려는 마음과 포기하려는 마음이 교차한다”며 “마지막 18번홀은 오히려 심리적으로 조금 나아진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14번홀(파4)까지 1타 차 승부를 벌이던 장수연과 장하나는 멘탈 홀에서 승부가 갈렸다. 장수연은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16번홀(파4)에서 파를, 17번홀(파3)에서 다시 버디를 잡았다. 반면 장하나는 15번홀에서 1타를 줄였지만, 16, 17번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범하며 자멸했다. 이미 4타 차로 벌어진 터라 18번홀(파4)에서는 둘 다 평범한 파를 기록했다.
이날 초반 선두였던 장하나는 지키는 플레이를 이어갔고, 장수연은 추격자의 입장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장하나는 손목 부상과 배탈에 선두라는 부담까지 겹치면서 막판 급격히 타수를 잃었다. 스포츠심리전문가인 김병준 인하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선두로 가던 선수가 막판 2~3개 홀에서 역전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결과만 생각하고 조급해 지면 무너지기 일쑤다. 과정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선두로 경기를 빨리 끝내려는 생각이 들 때 자신의 리듬을 잃게 된다”고 분석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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