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벤허'는 루 월리스(Lew Wallace)가 1880년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할리우드에서만 네 차례나 영상화 됐고, 그 중 1959년작 영화 '벤허'는 이듬해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으며 걸작으로 남았다.
'벤허'가 창작 뮤지컬로 국내 무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만든 왕용범이 '벤허'의 극본, 연출을 맡았고, 이성준이 작곡·음악감독을 맡았다. 뮤지컬 '벤허'는 두 사람에게 기대한 것을 크게 비켜가지 않는다. 새롭진 않더라도 기대만큼 준수하다.
왕용범은 드라마틱한 연출로 장대한 역사의 흐름에 따른 서사를 표현해 내면서 '벤허'의 삶을 통해 ‘인간’이라는 주제 의식을 드러냈다. 이성준은 클래식한 악기와 전자 악기의 조합으로 작품의 특징인 장대한 스케일과 장면의 서사를 담아내는 뮤지컬 넘버를 구현했다. 또 현악기의 풍부한 선율을 중심으로 곁들여지는 두둑이나 젬배와 같은 민속 악기의 소리가 마치 예루살렘 등지에 있는 듯한 이국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초반 무대에서는 원작의 방대한 배경을 빠뜨리지 않으려는 고심이 느껴진다. 후반에는 드라마가 잘 흘러간다. 그 전환을 돕는 건 에스더의 노래다. 아이비는 처연하면서도 알맹이가 살아 있는 음색, 가창력으로 관객을 숨죽이게 만든다. '벤허'의 백미로 알려진 전차 신은 턴테이블과 스크린을 이용해 역동적으로 표현됐다.
자칫 고전 특유의 과한 감성도 배우들의 호연이 커버한다. 박은태는 유다 벤허 역을 맡아 안정감 있게 극을 이끌어갔다. 발군의 캐릭터 해석이다. 내달 2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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