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부 때 일어난 ‘윤필용 사건’으로 구타와 전기고문을 당한 끝에 강제 전역한 하나회 소속 육군 대령이 전역처분 무효소송에서 승소해 명예를 회복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김용철)는 1973년 육군 대령으로 전역한 황모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1973년 4월 윤필용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소장)은 술자리에서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쿠데타 모의 혐의로 몰려 처벌 받았다. 윤 소장은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이등병으로 강등돼 옥살이를 하다가 1975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황씨를 포함한 윤 소장 측근 하나회 소속 장교들도 군복을 벗고 쫓겨났다.
윤 소장 발언 직후 황씨는 육군 3군단 보안부대로 연행돼 조사관으로부터 윤 소장으로부터 받은 지령을 추궁 당했다. 전기고문과 물고문, 구타 등에 시달린 황씨는 ‘예편원을 쓰지 않으면 여기서 나갈 수 없다’는 말에 전역지원서를 쓰고 풀려났지만 그 해 다시 한번 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로 연행돼 고문을 당했다.
황씨는 지난해 12월 “의사결정 자유가 박탈된 강박 상태에서 전역 지원서를 작성했으니 전역 처분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국방부는 “황씨 청구는 너무 뒤늦게 제기됐기에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맞받았다.
법원은 황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황씨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실효기간은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양측 사정을 고려해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황씨는 전역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할 수 없었던 장애 사유가 있었다”며 “상당 기간 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서 전역처분 무효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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