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완료 순간 개구리밥 신세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졌나” 조롱
중 정부 의중 담겼나 의구심 커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논란과 관련한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오만한 태도가 도를 넘어섰다. 중국에서 최고 권위를 지닌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이자 국제뉴스 전문매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품격과 신뢰도 측면에서 수준 이하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환구시보는 지난 7일 사드 주한미군 배치를 비난하는 막말 사설을 게재했다가 우리 정부의 항의를 받고 이튿날 이를 삭제하는가 싶더니 9일 사설의 제목만 바꾼 채 다시 게재했다. “사드 배치를 지지하는 보수주의자들은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 “사드 배치 완료 순간 한국은 북핵 위기와 강대국 사이에 놓인 개구리밥 신세가 될 것”, “한국인은 수많은 사찰과 교회에서 평안을 위한 기도나 하라” 등 욕설에 가까운 비난조의 표현은 그대로였다. 외교현안을 주로 다루는 유력 매체의 사설이라고 보기엔 최소한의 품격조차도 찾아보기 어려운 태도이다.
환구시보는 민감한 외교현안에 대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온 대표적인 관영매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환구시보가 정부의 의견을 대변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중국 정부가 다소 껄끄럽거나 조심스러울 때, 상황 변화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간접적으로 속내의 일단을 내비치는 통로로 환구시보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인민일보 산하 ‘상업지’로 출발한 환구시보는 민족ㆍ애국주의의 전위부대를 자처하며 중국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환구시보의 몰상식한 태도가 중국 정부의 의중에 따른 것이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항의서한 접수 후 환구시보가 막말 사설을 재게재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의중이 전달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민감한 외교적 갈등현안에 대해 중국인들의 감정적 대응을 유도하는 환구시보의 보도 태도가 이번에도 재확인됐다”면서 “이를 유도했든 방조했든 중국 정부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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