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의 과거 2차례 정상회담 당시 북한 측 통역을 맡았던 황호남 조선대외문화연락위 부위원장이 경질된 것으로 보인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일본 측은 경질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북한의 대일관계 변화 여부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NHK는 10일 북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황 부위원장이 수도 평양에서 지방으로 좌천됐다는 얘기가 최근 북한 당국자로부터 나왔다”며 이같이 전했다. 황 부위원장은 평양외국어대 일본어학과를 졸업한 일본어 능통자로, 1990년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가네마루 신(金丸信) 자민당 부총재의 회담, 2002년과 2004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간 정상회담 당시 북한측 통역으로 배석했다. 당시 가네마루는 김일성 주석과 ‘가급적 빠른 시기 국교관계 수립’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고, 고이즈미 전 총리는 역시 국교정상화 조기 실현을 약속한 바 있다.
북일 관계의 주요 현장마다 배석했던 황 부위원장은 조선노동당의 지휘로 민간외교와 비(非)수교 국가 외교를 담당하는 대외문화연락위에서 일본국장 등을 지낸 뒤 4년 전 부위원장으로 승진했다. 대외문화연락위 최고위 인물은 김일성 주석의 사촌이다. 황 부위원장의 동정 관련 보도는 지난해 6월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NHK는 “황 부위원장이 오랜 기간 대(對)일본 문제에 관여해왔던 만큼 그의 경질 배경과 양측 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일본은 2014년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일 수교의 최대걸림돌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를 이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관련 움직임이 중단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지율 추락을 반전시키기 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방북설이 최근 일본 정치권에 나돌기도 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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