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활동비를 받고 여론조작전에 적극 개입한 혐의를 받는 전직 국정원 직원이 선거 국면에서 무차별적으로 야당 정치인 비방 글을 쓴 사실이 드러났다.
10일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의 노모 전 기획실장이 이용한 것으로 지목된 아이디 게시글을 확인한 결과, 노씨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와 SNS에 수천 건의 글을 올리며 여론조작에 가담했다.
노씨의 게시글 가운데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12월 18대 대통령 선거를 각각 앞둔 시기에 작성된 노골적인 선거 관련 글이 눈에 띈다. 야당 후보들을 비방하고 여당 후보에 대해선 지지하는 내용이다.
노씨는 서울시장 선거 국면이던 2011년 9~10월 박원순 후보에 대해 ‘사회적으로 매장돼야 할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나라’라는 맹비난을 퍼부었다. 박 후보 공약이던 공공주택 8만호 공급을 두고는 ‘(당시 새누리당 후보) 나경원이 말한 5만채가 어렵다면, 8만채를 말한 박원순은 완전히 또라이라는 소리네’라고 썼다. ‘박원순이 재벌에게 빼앗은 돈은 얼마인지 모르느냐’는 유언비어도 퍼뜨렸다. 나 후보에 대해선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구나’라는 제목 아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썼다. 국정원으로부터 활동비를 받은 노씨는 다음 아고라에만 수년간 거의 매일 10건의 글을 짧은 시간에 올렸고, 일부 네티즌은 노씨 성향을 파악하고선 ‘사이버전사 알바’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선 야권의 안철수 후보 출마 선언에 대해 ‘단일화 김칫국을 마시던 ‘놈현폐족’(친노무현 인사를 비하하는 표현)들에게 ‘빅엿’을 날린 점에서 통쾌하다’고 했다가 단일화 움직임에 ‘국민을 실험용 생쥐로 본 안철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기각된 노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이날 국정원으로부터 노씨를 비롯해 1차 수사 의뢰된 외곽팀장 30명과 관련된 수십억원대 영수증을 넘겨받아 분석에 착수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