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헬보이’(2004)와 ‘퍼시픽림’(2013)으로 잘 알려진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가 신작 ‘더 쉐이프 오브 워터’로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막을 내린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품에 안았다.
미국 배우 아네트 베닝을 심사위원장으로 한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단은 이날 시상식에서 21개 경쟁부문 진출 작품 중에서 ‘더 쉐이프 오브 워터’를 황금사자상 수상작으로 호명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는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가 연출한 ‘서버비콘’과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마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세 번째 살인’,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메크룹, 마이러브: 칸토 우노’,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다운사이징’ 등이 선보여 여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델 토로는 “나는 운동선수인 적은 없지만 마치 마라톤을 뛰고 우승한 기분”이라며 “영화를 만드는데 6년이 걸렸고, 보상을 받은 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 쉐이프 오브 워터’는 어느 비밀 연구소를 배경으로 언어장애 여성과 정체를 알 수 없는 해양 생물의 사랑을 그린다. 괴물영화이면서도 냉전시대 영화 틀을 따르고 뮤지컬 요소까지 아우른 복합장르 영화다. 델 토로 감독은 “이번 수상은 괴물영화와 SF영화 등에 대한 지지”라고 해석했다. 델 토로 감독은 괴물영화와 공포영화 등 초자연적 현실을 다룬 영화들을 주로 만들어왔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 이스라엘 감독 사무엘 마오즈의 ‘폭스트롯’이 차지했다. 한 가족의 슬픔과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상처를 탐색하는 작품이다. 프랑스의 자비에르 르그랑 감독은 ‘커스토디’로 감독상을 받았다. 팔레스타인 배우 카멜 엘 바샤가 ‘인설트’로 남자배우상을, 영국 노장 배우 샬롯 램플링이 ‘한나’로 여자배우상을 각각 받았다.
한국영화로는 김진아 감독의 단편 ‘동두천’이 가상현실(VR) 경쟁부문 최고상인 베스트 VR 스토리 상을 수상했다. 베니스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영화제) 중 처음으로 올해 VR 경쟁부문을 만들었다. ‘동두천’은 1992년 주한미군 윤금이 살해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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