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차량의 좋은 번호 일명 ‘골드번호’가 국내 고급차나 수입차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급된 자동차 골드번호(차량 뒷번호 네 자리가 동일하거나, ‘0’이 세 개 포함된 번호)의 대부분이 수입차 혹은 국내 고급차에 집중됐다.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발급된 골드번호 중 현대자동차 EQ 900에 발급된 골드번호가 714대에 달하는 반면 I30은 55대, 엑센트는 134대에 불과했다. 고급 수입 차량의 경우 같은 기간 벤츠 E-클래스는 857대, BMW5 시리즈는 499대 등 국내 중저가 차량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배정받았다.
자동차등록령 제21조에 따르면 차량번호는 각 구청 자동차등록사업소에서 10개의 등록번호를 무작위로 추출, 그 중 자동차 소유자가 선택하는 번호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무작위로 차량번호가 추출되기 때문에 특정 차량에 골드번호가 배정되는 게 원칙상 불가능하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또 골드번호가 높은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업계에서 실제로 골드번호가 자동차등록대행업체를 통해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행업체가 발품을 팔아 골드번호를 받기 위해 노력을 해도 결국 등록사업소 공무원의 도움 없이는 골드번호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많은 국민들이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데 차량번호까지 은밀한 돈거래를 통해 양극화된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차량 등록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차량 등록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고 처벌 규정을 강화해 법적 구속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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