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ㆍ외 병행 투쟁 명분 삼아
보이콧 일주일만에 자진 철회
“제1야당 위상 스스로 추락시켜”
자유한국당이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 뒤 국회 보이콧을 자진 철회했다. ‘언론장악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원내 투쟁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명분이지만 사실상 ‘빈 손’ 복귀다. 안보 위기에 무리한 보이콧 투쟁을 시작했다가 스스로 꼬리를 내려 1야당으로서 체면만 구겼다.
한국당은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 복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한국당은 주말인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광장에서 정부 규탄 집회를 연 뒤 곧장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원내외 병행 투쟁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원내에서 문재인 정권의 방송장악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원외에서는 안보 파탄을 규탄하면서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을 촉구하는 ‘1천만 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2일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지 일주일 만이다.
한국당은 그간 여러 차례 정부와 여당에 보이콧 투쟁 철회 조건을 거론했으나 여권의 반응은 냉담했다. 여기다 북핵 6차 실험에 따른 안보 위기까지 겹쳐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같은 보수 야당인 바른정당마저도 동반 투쟁 요청을 뿌리치는 바람에 나홀로 싸움에 나서야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까지 포기하며 국회 보이콧 투쟁을 지속하는 건 명분도 실리도 없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결국 한국당은 한 언론이 더불어민주당 내부 문서로 보도한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로드맵’ 문건을 고리로 “정부의 언론 장악 의도가 드러났다”며 보이콧 철회를 결정했다.
한국당의 복귀에 여야는 “만시지탄”이라고 반기면서도 “1야당으로서 위상을 스스로 추락시켰다”고 비판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안보 위기 속에서 민생을 외면한 국회 보이콧에 국민 여론이 얼마나 싸늘했는지 잘 알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도 “그나마 다행”이라며 “애초 국회 보이콧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었다”고 논평했다.
한국당이 9일 소집한 대규모 집회도 결국 당력을 총동원해 내부 결속을 다진 뒤 국회 복귀를 결정하는 수순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은 당원협의회 별로 인원을 할당해 참가자를 동원했다. 한국당은 참석 인원을 10만 명으로 추산했으나 경찰은 밝히지 않아 추정치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집회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원색적인 성토가 쏟아졌다. 의원들은 ‘방송장악 STOP’, ‘북한 김정은의 핵개발을 강력 규탄한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고, 집회장 곳곳에는 ‘공영방송 파괴음모 방송장악 좌파독재, ‘5천만 핵인질 지키자! 대한민국’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 극우성향의 참가자들은 ‘출당 금지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을 석방하라’는 팻말도 흔들었다.
홍준표 대표는 연단에 서서 여당의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로드맵 문건을 거론하며 “만약 박근혜가 이랬다면 (과거 야당은) 당장 탄핵한다고 대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에 일부 참가자는 ‘문재인 탄핵’을 외치기도 했다.
한국당의 복귀로 11일 예정된 대정부질문은 파행을 면하게 됐다. 국회는 또 이날 본회의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도 상정, 표결할 예정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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