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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사 없어 회사 직원이 운전하다 낸 사고… 책임은 회사에

입력
2017.09.1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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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운전 담당한 전 직원에게 낸 구상권 청구 소송

대법 "회사 필요로 운전… 직원 책임 묻는 건 신의칙 위반"

대법원
대법원

직무와 관련 없는 운전기사 업무를 수행한 직원이 사고를 내 회사가 수 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했더라도 해당 직원에게 구상권을 요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구상권이란 다른 사람의 돈을 대신 갚아준 사람이 이후 그 다른 사람에게 돈을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자동차부품업체 A사가 전 직원 장모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파기해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장씨는 입사 3개월 만인 2013년 7월 회사 소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오토바이와 충돌해 운전자에게 전치 6개월의 상해를 입혔다. 당시 장씨는 경리업무를 맡던 말단 직원이었다. 상사가 거래처로 출장을 가야 하는데 차량을 운전할 직원이 없자 장씨가 운전대를 잡았다.

교통사교로 A사는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3억2,000여만원을 배상한 뒤, 사고를 일으킨 장씨에게 “해당 금액을 회사에 지급하라”며 구상권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사고의 책임이 장씨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민사상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한 반면, 2심은 구상금 청구액의 20%인 6,400여만원을 장씨가 A사에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시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사용자인 A사가 노동자였던 장씨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용자가 노동자의 업무내용과 근로조건 등을 고려해 신의칙상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노동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장씨는 경리직원으로 일하며 한 번도 운전업무를 담당하지 않았고, 회사의 필요에 따라 상사의 거래처 출장을 위해 운전을 하게 됐다”며 “함께 탑승한 상사도 장씨가 전방주시의무 등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장씨가 회사의 자동차종합보험을 적용 받지 못하는 사실을 회사 차원에서 알리지 않고 운전하게 했다”며 사고발생 책임이 회사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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