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의장국이자 북한의 3대 교역국인 필리핀이 북한과의 교역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4월 인도의 대북 교역 중단에 이은 것으로, 북한의 3대 교역국 중 북한과 거래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게 됐다. 인도는 북한의 2위 교역국이다. 필리핀의 이번 조치로 북한은 물론 북한의 1위 교역국인 중국, 4위 러시아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GMA방송에 따르면 알란 카예타오 필리핀 외무장관이 8일 현지 기자들과 만나 “필리핀이 북한과 모든 무역관계를 중단했음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카예타노 장관은 “안보리 결의를 완전 이행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경제적 제재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실로부터 내려온 ‘안보리 결의를 확실히 이행하라’는 지시 시기가 확실치 않지만 “어제 아니면 그 며칠 전”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교역하는 나라와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필리핀의 대북 주요 수출품은 컴퓨터와 직접회로 기판 등으로 알려져 있다. 필리핀의 이 같은 대북 수출품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만큼 더 이상 안보리 결의 이행을 미루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주아세안 대표부 관계자는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지난 7일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제6차 핵실험을 개탄한 현실도 도외시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10개국 외교장관들은 북한 핵실험에 대해 처음으로 ‘개탄(deplore)’ 이라는 표현을 썼고, ‘엄중한 우려(grave concerns)’라는 표현을 세 차례 반복,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1973년 남ㆍ북한과 동시에 수교한 인도는 2015년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기권하는 방식으로 북한과 관계를 유지해 왔다. 또 수교 42년 만이던 그 해에 처음으로 북한 외무상이 인도를 요청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산하 국제무역센터(ITC)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총 교역액은 60억2,000만달러(약 6조8,000억원)로, 이 가운데 중국과의 교역액은 55억1,000만달러로 전체 교역액의 91.5%에 달했다. 이어 인도가 1억4,000만달러로 2위, 필리핀(8,700만달러)과 러시아(7,600만 달러)가 각각 3, 4위를 기록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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