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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개인 모니터링 캠코더, 박훈정 감독에게 뺏겼다”(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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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개인 모니터링 캠코더, 박훈정 감독에게 뺏겼다”(인터뷰②)

입력
2017.09.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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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이 '브이아이피' 인터뷰를 진행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종석이 '브이아이피' 인터뷰를 진행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종석에게 영화 ‘브이아이피’는 많은 선배들과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4년 전 영화 ‘관상’에서도 송강호, 김혜수 등 쟁쟁한 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바 있지만, 이번 역시 장동건부터 김명민, 박희순까지 충무로의 대표 배우들과 함께 했다. 그것도 박훈정 감독의 시나리오로 말이다. 최근 멀티캐스팅 영화가 늘어나고 있지만 분명 쉽게 볼 수 있는 조합은 아니다.

쟁쟁한 선배들과의 호흡은 든든한 방패가 돼주기도 하지만 부담감을 주기도 한다. 본인이 담당해야 하는 인물마저 도전적인 캐릭터였으니 이는 한 해에도 여러 작품을 하는 배우들이 갖는 마음과는 차원이 다른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종석은 “기대도 됐지만 걱정도 많았다. 결과물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영화를 보기 전까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혹여나 선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지 걱정했다. ‘관상’ 때도 나 스스로 흐름을 깨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자책을 많이 했었다. 다행히 이번엔 보고 나니까 속이 시원하다”라고 운을 뗐다.

박훈정 감독이 모든 배우들에게 요구한 것은 “대충 하라”는 것이었다. 평소 캐릭터를 연구하고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모니터하는 이종석에게는 오히려 어려웠던 지점이었다.

이종석은 “평소하던 것과 목소리 톤이나 뉘앙스도 많이 달랐고, 새로웠기 때문에 캐릭터를 만드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내가 하려고 했던 것들을 들어내려고 했다. 평소 나는 캠코더 들고 다니면서 내 모습을 모니터를 한다. 반성과 자책을 하면서 보완을 하는 거다. 그런데 감독님이 캠코더를 뺏으셨다. 다 못하게 하고 보여주지도 않으니까 불안했다. 완성본을 보고 나니까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박훈정의 ‘빅픽처’인가 싶더라”라며 웃었다.

물론 ‘대충’이 ‘아무렇게’는 아니었다. 박훈정 감독은 디테일한 자연스러움을 원했고, 그것은 오직 감독의 머릿속에만 있었다. 이종석은 “감독님이 분명 대충하라고 하셨는데 ‘거기서는 이가 보이면 안 돼’ ‘한쪽 입 꼬리만 올려’라는 식으로 원하시는 그림이 있었다”라고 폭로했다.

자신감이 있는 부분도 박훈정 감독 앞에서는 달라져야 했다. 특히 앞서 이종석은 ‘코리아’ ‘닥터 이방인’ 등에서 북한사투리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의 북한 사투리도 어려운 연기가 아니었다. 그는 “솔직히 자신이 있었다. 리딩할 때도 ‘나 잘하지?’라면서 했는데 감독님이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웃음)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로열패밀리라 해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인물이기 때문에 사투리는 뉘앙스만 남겨달라고 하셨다. 박희순 선배를 벤치마킹해서 다시 연습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종석이 '브이아이피' 인터뷰를 진행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종석이 '브이아이피' 인터뷰를 진행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박훈정 감독의 작품은 ‘신세계’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 등 몇 년이 지나도 오랫동안 명장면 또는 명대사가 기억되는 영화로 유명하다. 이에 이종석은 “대사발이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으며, 명장면을 꼽아 달라는 말에는 어려워했다. 이종석 대신 기자가 꼽은 신은 김광필이 한쪽에는 국정원(장동건 분), 다른 한쪽에는 경찰(김명민 분)의 수갑을 차는 장면이었다.

이종석은 해당 장면을 언급한 것을 반가워하며 “그 장면을 찍을 때 선배들이 본인 캐릭터에게 집중을 하고 있구나 느꼈다. 김명민 선배, 장동건 선배가 확실히 달랐다. 양쪽에서 선배들이 내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데 그 힘이 너무 다르더라. 캐릭터 성격처럼 장동건 선배는 사무적으로 채우셨고, 김명민 선배는 힘이 엄청 들어갔다. 힘을 받는 사람이 나 혼자이기 때문에 나만 느끼는 부분일 수도 있는데, 두 분의 캐릭터들이 대비 돼서 좋았다”며 선배들의 연기에 대해 감탄했다.

다른 캐릭터도 강렬하지만 결과적으로 ‘브이아이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이자 타이틀롤은 이종석의 김광일이다. 배우로서 이종석 역시 이 작품에서 가장 큰 변신을 시도했으며 선배들에게 마음껏 현장을 배웠다. 영화계에서 아직 신인으로 볼 수 있는 이종석에게 ‘브이아이피’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그는 “조금 진부할 수도 있는데 일단은 터닝 포인트가 맞는 것 같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 구분 짓지 않았는데 인터뷰 하면서 영화 쪽 입지가 드라마보다 상대적으로 좁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럴 수 있겠다 싶어서 앞으로 영화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 이왕이면 이 작품이 내 대표작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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