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론 스티븐스(83위ㆍ미국)가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040만 달러ㆍ약 565억원) 여자단식 정상에 올랐다. 생애 첫 그랜드슬램 우승이다.
스티븐스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13일째 여자단식 결승에서 매디슨 키스(16위ㆍ미국)를 2-0(6-3 6-0)으로 물리쳤다.
세계 랭킹 83위인 스티븐스는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두 번째로 US오픈 여자단식에서 시드를 배정받지 못한 채 우승한 선수가 됐다. 2009년 킴 클레이스터르스(벨기에)가 시드는 물론 세계 랭킹도 없는 상황에서 US오픈에서 우승한 것이 첫 사례다. 당시 클레이스터르스는 출산 후 코트에 복귀해 우승까지 차지했다. 또 1975년 세계 랭킹 산정이 시작된 이후 83위의 메이저 대회 여자단식 우승은 역대 네 번째로 낮은 순위 기록이 됐다. 1977년 호주오픈 이본 굴라공(호주), 2009년 US오픈 클레이스터르스가 세계 랭킹 없이 패권을 차지했고 1978년 호주오픈 크리스 오닐(호주)이 세계 랭킹 111위로 우승한 바 있다.
이날 스티븐스는 상대방의 공격을 끈질기게 막아내며 실수를 유도했다. 1세트에서 키스가 17개의 실책을 저지르는 동안 스티븐스는 단 2개만 기록했다. 결국, 1세트는 스티븐스의 6-3 승리로 돌아갔다.
키스는 좋은 기회에서도 공을 라인 밖으로 보내거나 네트에 걸리게 하는 등 어이없는 실책을 쏟아낸 뒤 2세트에서는 단 한 게임도 따내지 못했다. 이날 두 선수의 실책 수는 키스가 30개, 스티븐스는 6개에 불과했다.
스티븐스는 20살이던 2013년 호주오픈 4강까지 오르며 두각을 나타낸 선수다.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스티븐스는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마친 뒤 왼쪽 발 부상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코트에 서지 못했다. 7월에는 세계 랭킹 900위 밖으로 밀려나기까지 했으나 6월 윔블던을 통해 복귀전을 치른 뒤 석 달도 되지 않아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스티븐스는 우승 상금 370만 달러(약 41억8,000만원)와 랭킹포인트 2,000점을 받았다.
한편, 스티븐스는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개막하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EB하나은행ㆍ인천공항 코리아오픈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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