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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청와대, 日 언론 ‘한미갈등 부각’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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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청와대, 日 언론 ‘한미갈등 부각’에 골머리

입력
2017.09.0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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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TVㆍ아사히신문 한미 갈등 부각

한미관계 훼손, 일본 국내 단속용 해석도

한국 여론 영향… 청와대 대응책 부심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동방경제포럼이 열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동방경제포럼이 열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청와대가 한미 갈등을 부각하는 듯한 일본 언론 보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민감한 대북 문제에서 한미 갈등을 부각하며 정부의 외교ㆍ안보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강력한 경고’를 표시했지만, 뾰족한 대응책 마련은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후지TV “한국 대화 구걸하는 거지 같아”

일본의 산케이신문 계열사인 후지 뉴스네트워크(FNN)는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대화를 구걸하듯 한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 “누군가 (한국에)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고,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압박에 소극적인 한국에 불만을 표시하자 아베 총리가 한미 사이를 중재했다는 게 FNN 의 보도 내용이다.

FNN의 보도 의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다. FNN은 일본 보수우익을 대표하는 산케이신문이 보유한 매체다. 산케이신문은 극우적이라는 평가까지 받으며, 역사 인식에서도 오히려 한국과 중국을 비판하는 논조를 보여 왔다. 이 신문의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추측성 기사를 썼다가 검찰 조사를 받았고, 그의 전임 구로다 가쓰히로 전 서울지국장은 비빔밥을 양두구육(洋頭拘肉ㆍ양고기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됐다. FNN은 이번 보도를 하면서도 ‘자체 취재로 밝혀졌다’며 취재원을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FNN의 보도에 강하게 경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주일 한국대사관 측이 일본 외무성과 접촉해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을 확인했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면 그렇게 답변하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보도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엄중한 안보 상황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공조를 훼손하는 것임을 경고한다”고 이례적으로 강력히 항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자료사진)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자료사진) ⓒ AFP=뉴스1

아사히 신문은 “매케인 문 정부 홀대에 불만”

FNN뿐 아니라 아사히신문도 최근 청와대가 주시하는 언론 중 하나다. 지난 6월 15일 ‘한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공화당 중진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예정됐던 방한 계획을 취소한 배경을 청와대의 홀대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매케인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면담하기를 희망했으나 청와대가 마지막까지 확답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문재인 정부가 한국을 찾는 미국 의원들과 만나지 않거나 짧은 시간 면담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하자 미국 측 역시 딱딱한 태도로 전환했다”고 한미 관계의 균열을 부각했다.

이 신문은 또 6월 2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의 사드 배치 방침을 두고 “은혜를 모른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아사히신문의 보도를 모두 부인하며 “매케인 의원이 방문을 희망해 문 대통령이 점심을 비우고 오찬을 하기로 했으나, 그쪽에서 어렵다는 연락이 왔다”며 “한국이 매케인 의원을 안 만나준다거나 홀대한다든지 하는 일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한일정상통내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한일정상통내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일본 언론 속내와 목적은

이 같은 보도의 배경에는 한미 관계는 긴장 관계에 있지만 미일 관계는 굳건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인 아베 정권이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의 미일 관계를 바탕으로 지지율 회복에 나서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대북제재와 압박을 강조하는 일본이 그간 대화를 중시해 온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언제까지 일본 언론에 일일이 대응해야 하느냐”는 하소연도 있다. 국내에서 대북 이슈가 워낙 첨예한 만큼, 이루 언론 보도에 한국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어떤 언론도 FNN의 보도를 인용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여러 언론들이 보도하며 큰 이슈가 됐다”고 전했다. 외교계 관계자는 “일본 언론이 고의적으로 조성하는 ‘한미관계 악화’ 프레임에 휘말리면 향후 한국 정부의 대미 협상력, 주도권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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