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위 “자격철회 규정 없어”
38만명 수상철회 온라인 서명
방글라 피신 난민 27만명 달해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두둔한 최고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철회해 달라는 청원 운동과 관련해 노벨상을 주관하는 노벨위원회가 ‘불가’ 판정을 내렸다.
노벨위는 8일(현지시간) 언론발표문을 내고 “노벨상 창설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의지와 노벨재단 규칙 등을 살펴본 결과 수상자의 자격 철회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어 “상을 수여한 뒤 이를 빼앗는 방안을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인종청소 논란에 휩싸인 로힝야족 사태를 놓고 수치 자문역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그의 노벨상 수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운동이 진행돼 현재까지 38만6,000여명이 서명했다. 수치 자문역은 군부독재에 항거해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이끈 공로로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2012년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승리하면서 최고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수치 자문역은 로힝야족을 강경 진압하는 군부를 줄곧 두둔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이 관장하는 정보위원회 성명을 통해 “외신이 (로힝야족 거주지인) 서부 라카인 지역에서 진행 중인 미얀마군의 작전과 관련해 거짓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며 학살 사태를 ‘가짜뉴스’로 치부했다.
그의 주장과 달리 로힝야족은 현재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반군 간 유혈충돌이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2주 동안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난민이 27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전체 인구(110만명)의 4분의1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군의 무차별 소탕작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유혈충돌로 1,000명 이상이 숨졌을 수 있다”며 “피해는 로힝야족 주민에게 집중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미얀마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패트릭 머피 미 국무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8일 “미얀마 정부는 법과 인권을 존중하면서 라카인주 공격에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며 학살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백악관도 미얀마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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