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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정체했던 시기, 이대로 사라질 것 같았다"(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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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정체했던 시기, 이대로 사라질 것 같았다"(인터뷰①)

입력
2017.09.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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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설경구가 '살인자의 기억법'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에 임했다. 쇼박스 제공
배우 설경구가 '살인자의 기억법'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에 임했다. 쇼박스 제공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다. 배우 설경구가 바로 그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 역을 소화했다. 김병수가 되기 위해 설경구는 혹독하게 체중을 감량하면서 견뎠다. 그렇게 완성된 포스터 속 모습은 개봉 전부터 예비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런 파격 변신을 시도한 이유를 묻자 설경구는 자신에게 연기적으로 정체가 있었노라고 털어놨다. 짧은 문장, 설경구 특유의 말투에 가려졌음에도 그가 얼마나 연기에 대해 고심했는지가 와 닿았다.

"고민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 미팅 후 집에 가면서 좀 생각해보고 고맙게, 쉽게 결정했다. 그 즈음에 저 자신의 연기에 대해 힘들어했다. 수년간 옛날 캐릭터 써먹어 가면서, 이대로 공허하게 하다간 사라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차에 건네받은 '살인자의 기억법' 시나리오가 굉장히 고마웠다. 제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 엄청나게 많고, 도움 받아야 할 부분이 많은 캐릭터라서 좋았다."

설경구도 완성된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를 기자들과 같이, 처음으로 봤다. 그의 연기에 대해 호평하지 않은 기자가 없었다. 만족스러운 연기였냐는 질문에 설경구는 "창피하진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스크린에서 그가 '늙음'을 표현해낸 리얼리티가 단연 압권이었다. 특수분장을 마다하고 준비한 외형적 연기라는 게 더욱 놀랍다. 

"특수분장 얘기도 나왔지만 그건 초반에 배제했다. 이미 해본 거였다. 병수는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인물이기에, 특수분장을 해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늙어보겠다고 했다. 살을 쫙 빼야겠다는 생각에 뺐다. 처음엔 빠지려나 생각을 했는데, 살은 정직하다. 한 만큼 빠져주더라. 병수의 머리 스타일은 뒷머리만 부분 가발이었다. 그런 작업을 거쳐서 김병수의 얼굴이 나왔다. 그런 얼굴을 만들기 위해 여러 스태프들이 달려들었다."

배우 설경구가 '살인자의 기억법'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에 임했다. 쇼박스 제공
배우 설경구가 '살인자의 기억법'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에 임했다. 쇼박스 제공

원작 소설과 영화에서 주인공 김병수는 조금 다른 캐릭터다. 원작에서는 막연하게 살인을 하는 캐릭터지만 영화에서는 나름의 이유를 가진다. 당연히 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다. 하지만 소설에서 보지 못 했던 영화 속 김병수의 인간미는 관객이 그에게 다른 면에서 다가갈 수 있게끔 여지를 남긴다. 이를 테면 가족애, 부성애, 나이를 먹어가는 슬픔 등. 

"병수가 정상은 아니지만, 소설보다는 여지를 많이 줘서 다행이었다. 소설보다 겉으로 표현하는 게 많은 인물이다. 내적으로만 고민하는 인물이면 더 어려웠을 거다. 소리는 되도록 지르지 않았다. 예전에는 많이 질렀는데, 예전과 같은 모습이 보일 까봐 다른 방향을 찾으려는 생각이 있었다."

설경구는 20년이 훌쩍 넘은 연기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에 따르면, 정식으로 돈을 받고 연기한 건 25년이 됐다. 그가 대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안주하지 않고 여전히 처절하게 연기에 임하는 2017년의 설경구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처절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외형적으로 눈에 보이니 더 그럴 수도 있는데, 실은 모든 배우들이 그렇다. 그건 나이와 상관이 없다. 저도 수십 년 정체하면서 살았다. 하나 하는 구나, 하나 끝났구나 하면서 살던 때가 있었다. 이제 와 돌아보다 보니 고민이 생기고 위기감이 생겼다. 훅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살인자의 기억법' 때부터 더 그렇게(처절하게) 임하게 됐다. 그게 '불한당'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불한당'이 '살인자의 기억법' 다음 영화였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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