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불한당'은 설경구의 배우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다줬다. 이 영화로 인해 개점휴업 상태였던 설경구의 팬카페가 되살아났다. 촬영장 조공, 지하철 광고 등 아이돌 못지 않은 성원에 설경구를 두고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본인도, 그리고 주변에서도 예상하지 못 했다. 아마 그에게 '입덕'한 팬들도 예상하지 못했을 테다.
- 2030 여성 팬들이 많이 생겼다. 인기를 체감하나
"체감은 심하게 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라는 영화를 찍었는데 거기 막내 스태프가 '불한당원'(영화 불한당 팬들을 지칭)이었다. 그 친구한테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을 보여줬더니 '정말 제발 개봉하지 말아주세요' 하더라. '개봉하면 안 돼요. 이 얼굴은 안 돼요'라고. 내가 이렇게 늙어버려서 슬프다고 했다.(웃음) 팬들이 응원을 많이 해준다. 지켜봐주시는 것 같다. 그래서 책임감도 생겼고, 조심스러운 것도 있다."
- 어떤 게 조심스럽나
"작품 선택할 때 그렇고, 이미 선택한 작품이라면 '작품이 좋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매번 '불한당' 같은 모습으로 나타날 수는 없지만, 나왔을 때 제가 선택한 작품을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 '불한당'에서 임시완,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설현까지 최근 아이돌 출신과 호흡을 맞췄는데
"저는 두 사람을 아이돌 출신이라고 생각하고 해본 적이 없다. 같이 영화를 하고 작품을 하면 배우다. 아이돌 출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임시완도 그렇고 설현 씨도 그렇고, 같이 하는 동료다. 같이 으쌰으쌰 해서 한 작품을 만드는 같은 배우의 울타리 안에 있는 거다. 말을 만들어서 예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그렇다."

- 후배한테 조언을 따로 안 한다고 들었다
"지금도 제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있는데 제가 왜 감히. 제 걸 강요하는 거 아닌가. 물론 연기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는 건 또 다른 권력인 거 같다. 내 말을 들으면 자기 연기를 못 하고 제가 말하는 대로 할 거 아닌가. 그건 선배라는 이름의 권력인 것 같아서, 아무리 후배라도 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 혹시 후배일 때 그런 일을 겪었기에 조심하는 건가
"동료 배우로부터 그런 적은 없다. 선배라도 그냥 동료라고 생각한다. 연기하는데 거기서 '선배님!' 이럴 필요는 없지 않나. 자칫 몇 마디가 사람을 주눅 들게 할 수도 있다. 감독님이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고,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편하게 하라'는 말이다. 연기 가지고는 그러면 안 된다."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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