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말하지만 다이어트는 혹독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보여줄 연기를 위해 배우 설경구는 10㎏ 이상의 체중을 감량했다. 10㎏쯤 감량했을 때까지는 몸무게를 쟀는데, 숫자에 매달리는 게 싫어서 그 이후로는 재지 않았단다. 최근 만난 설경구로부터 그가 다이어트에 쏟은 노력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다이어트를 할 땐 탄수화물을 안 먹는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김밥 같은 게 보이면 먹으려고 하더라. 제가 다이어트 하는 걸 아는 스태프들이 절 돕는다고, 먹고 있는데 와서 뱉으라고 하기도 했다.(웃음) 안 먹어야지 빠진다. 빼는 건 빼겠는데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살 찌는 것 같고 심리적으로 강박증이 있다. 뭐 먹은 것도 없는데 긴장하고 사소한 한 마디에 상처 받고 말이다."
"운동 직후에 더 빠져 보인다. '나 이렇게 열심히 한다'고 사진을 찍어서 감독한테 보내고 그랬다. 체중은 68㎏인가 67㎏인가까지 재고 너무 숫자에 매달리는 것 같아서 그 이후로는 안 쟀다. 첫 촬영이 대전에서 시작이었다. 촬영이 가까워오니까 너무 긴장되고 불안해서 5일쯤 전에 대전에 먼저 도착해서 모텔에 스스로 갇혀 있었다. 자진 감금이었다. 라면 2개, 참치 통조림, 전기포트 들고 가서 하루에 라면 반 개를 먹고 5일을 버티니 살이 빠져 있더라. 감독이 말로는 '너무 뺀 거 아니냐'고 걱정했는데 표정으론 좋아하는 것 같았다."
설경구는 단연 인간미가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낮은 목소리, 너털 웃음, 적당한 제스처가 한데 섞이면서 만들어내는 오묘한 이미지. 아주 젠틀한 신사와 어디 소탈한 동네 아저씨를 몇 번이고 넘나드는 이 배우가 거듭 신기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지만, 설경구는 "김병수를 응원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쇄살인범을 어떻게 응원을 하길 바랄까. 아무리 쓰레기를 청소한다는 명목 하에 살인한다고 해도 자기 정당화에 불과하다. 감독님한테 '악과 악의 대결로 가야 하는 거 아니냐' 얘기하기도 했는데 감독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딸 은희(설현 분)이 있기 때문에, 김병수가 선은 아니지만 딸을 지키는 입장이 된 거다. 응원을 받는다면 그건 '딸을 지켰으면' 하는 마음일 테다."
설경구는 앞서 진행된 '살인자의 기억법' 무비토크 행사에서 '300만 관객을 돌파하면 기부를 시작하겠다'고 공약했다. 공약이 지켜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원래 공약은 안 하려고 했는데 질문을 받고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어쩌다 기부하겠다고 질러놨는데(웃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치매 노인들에게 기부를 하면 의미 있는 일일 것 같더라. 영화와도 연관이 있고, 환우 분들께도 좋은 일일 거다. 하게 해주시기만 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기부하고 싶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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