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ind & 로힝야족의 목숨을 건 필사의 탈출 행렬
대나무로 만든 들것에는 노부모를 싣고, 갓난아기는 포대기에 싸매고, 어린 형제들은 행여 가족을 잃어버릴까 서로 손을 꼭 움켜 잡았다. 오늘도 끊없이 이어지는 로힝야족 난민들의 탈출 행렬 모습이다. 이는 마치 우리의 6·25전쟁 때 피난 행렬을 연상시킨다. 우기를 맞아 불어난 강물에 엉성한 뗏목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국경을 넘는 피난민들을 기다리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수용소는 이미 포화상태다. 더군다나 구호단체의 손길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굶고 병든 아이들조차도 치료를 받을 수 없어 매일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에서 태어나 살면서도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시민권을 받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살고 있다. 그들은 불교를 국교로 신봉하고 있는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를 믿음으로서 종교적 박해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서부 라카인주 마웅토 일대의 경찰검문소를 습격하자, 미얀마 정부군은 병력을 투입해 반군 소탕에 나섰다. 이때 인종청소에 버금가는 집단학살과 성폭행, 방화로 현재까지 1,000여 명의 로힝야인이 살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살아남은 이들은 미얀마 국경과 마주한 방글라데시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유엔난민기구(UNHCR)는 유혈 충돌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로힝야족 난민 수가 12만3,000여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힝야족 난민 행렬은 좀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 인권단체들이 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처음으로 미얀마에서의 ‘인종청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현재 미얀마의 실질적인 지도자이면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웅산 수치여사는 “라카인주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공격 소식은 가짜 뉴스”라며 사태의 책임을 반정부 무장집단에 돌려 전 세계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과 강제적 축출 행위가 중단되도록 국제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 왕태석 멀티미디어 부장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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