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진출한 한 한국 의류업체에서 일하는 현지 노동자 수천 명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사흘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8일 현지 매체 뚜이쩨에 따르면 한국 의류업체 세아상역 소유인 S&H 비나의 노동자들이 기본급과 각종 수당 인상,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 6일 파업을 시작했다. 당초 파업 참가자는 2,000명이었으나 공장 측에서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 하지 못하면서 파업이 확산, 이날 현재 참가자는 6,000명으로 불어났다.
사태는 점심 휴식 시간에 공장 원단을 깔고 앉아있는 노동자들에게 한국인 관리자가 질책한 일이 발단이 됐다. 현지 매체 탄닌에 따르면, 회사 측은 “봉제 제품을 덮고 있는 원단을 치우라고 한 것이 통역 과정에서 잘못 전달돼 오해가 생겼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파업 노동자 측과 원만한 해결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사태 직후 통역을 제대로 못한 중간 관리자급 통역 직원은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소수 민족간 갈등에서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지 소식통은 “원단을 깔고 휴식을 취하던 직원은 소수민족 출신으로 해고된 베트남 통역직원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사단이 벌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54개 민족으로 구성돼 있으며, 오랜 전쟁을 겪으면서 배타성이 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태에 앞서 노동자들은 병가나 경조 휴가를 쓰기 위해 3일 전에는 미리 회사에 통보를 해야 하는 등의 규정들에 불만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누적돼 있던 불만이 이번 사태로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본급 인상, 보육료ㆍ교통비 지급, 출산휴가 연장 등 14개 조건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7일 지역 노동청 등의 중재로 진행된 노사 대화에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S&H 비나 공장은 수도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100㎞가량 떨어져 있으며, 인근에 한국 기업 등이 없어 코트라, 하이퐁 코참 등 관련 기관에서도 정확한 사태 원인과 경과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지역에 있는 세아상역의 또 다른 생산 공장으로 알려진 ‘위너스 비나’ 소속 현지인 관계자는 “같은 그룹에 속해 있지만 그 공장 소식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임금이 싼 외곽으로 이전하고 있으며, S&H 비나도 같은 이유로 외곽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호찌민시 인근에 진출해 있는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노사 문제 대부분이 의사 소통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자존심 센 베트남 사람들을 고용하는 경우 가장 이들에 대한 배려는 물론이고 정확한 의사 소통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무덥고 습한 기후 특성 때문에 베트남 현지인들은 점심을 일찍 먹고 주로 낮잠을 자고, 잘못한 경우 상관 앞에서 미안함을 웃음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아 종종 오해가 빚어지기도 한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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