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사용하는, 일명 ‘혁명자금’ 30억~50억달러(약 3조3,825억~5조6,375억원)가 외국 금융기관의 가명계좌에 숨겨져 있다고 일본 언론이 한국 연구진을 인용해 8일 보도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IBK기업은행 조봉현 연구위원이 이같이 밝혔다며 김정은의 자금이 스위스와 홍콩, 중동 각국 등의 금융기관에 은닉돼 있다고 전했다. 혁명자금은 역대 북한 지도자 등 이른바 ‘로열패밀리’가 통치자금으로 사용해 왔다. 김정은의 경우 성과를 낸 간부 등에 주는 고급시계나 전자제품, 로열패밀리가 소비하는 사치품을 사는 데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핵ㆍ미사일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조지 W. 부시 정권이 동결했던 방코델타아시아(BDA)의 2,500만달러(약 282억원)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개인자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에는 지도자 자금을 마련하고 관리하는 38호실(국내 담당)과 39호실(해외)이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보험회사를 운영했던 전직 39호실 요원은 신문에 “각 부서가 연간 목표를 정한다. 달성하면 상장과 선물을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비판을 받고 부서가 해산되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이 전직 요원은 “혁명자금 지출액은 연간 수억달러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해외자산이 동결되면 중국ㆍ러시아를 제외한 나라의 비밀계좌는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한국을 제외한 지난해 북한의 대외수출액은 약 28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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