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없냐” 인격 모독 일삼아
외교부 중징계 요구… 검찰 고발
재외공관 갑질 10여건 문제 포착
재외 공관의 간부급 외교관이 또 물의를 빚었다. 이번에는 주일(駐日) 총영사다. 자기 비서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8일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 주재 현직 총영사 A씨는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비서 B씨에게 업무 능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시로 폭언을 하거나 볼펜을 던지고 티슈 박스로 손등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 “넌 미친 거야”, “넌 머리가 있는 거니, 없는 거니”, “뇌 어느 쪽이 고장 났어”, “아우 미친×”, “죽여 살려”, “개보다 못하다” 등이 A씨가 한 것으로 파악된 인격모독적 폭언이다. B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6개월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일본 병원에서 받았고, A씨가 던진 볼펜에 얼굴을 맞거나 티슈 박스로 손등을 맞아 상처가 나기도 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B씨는 2015년 말 A씨가 면접을 통해 직접 자기 비서로 뽑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A씨의 폭언ㆍ폭행을 견디다 못한 B씨는 지난해 봄부터 A씨의 폭언을 녹음하기 시작했고, 1년 6개월간 녹취한 20시간 분량의 녹음 파일 40개와 상처가 난 신체 부위 사진을 외교부 감사관실에 제출했다. 이와 함께 A씨가 B씨 전에 일한 자기 비서에게도 출장 때 관광 일정을 짜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언을 하고, 공관 행정직원에게 역시 폭언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외교부는 8일 중앙징계위원회에 A씨에 대한 중징계 의결 요구를 했고, 대검찰청에 상해와 폭행 등 혐의로 고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A씨는 일단 직위해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대사를 포함한 재외 근무 외교관의 비위가 잇따르고 있던 터에 이번 일까지 불거지면서 외교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전망이다. 에티오피아 주재 대사관의 간부급 외교관이 직원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고, 같은 공관의 대사 역시 성추행 혐의로 징계 절차를 거치고 있다. 한 전직 대사는 대사대리로 중동 지역 공관에 근무할 때 이면 임차 계약을 맺고 한화 3,000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가 드러나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8월 말 종료된 재외 공관 ‘갑질’ 집중 신고 기간 동안 40여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10건 정도가 문제가 됐다”며 “(10건 중) 일부는 공관장이 관여한 사례”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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