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1부 리그)에서 사상 최초로 여성 주심이 경기에 나선다. 현지에선 ‘금녀의 벽’이 허물어졌다며 환영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독일축구협회(DFB)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베를린에서 펼쳐지는 2017~18시즌 분데스리가 3라운드 헤르타 BSC와 베르더 브레멘의 경기 주심으로 비비아나 슈타인하우스(38)가 배정됐다고 8일 밝혔다. 지난 5월 새 시즌을 앞두고 발표된 주심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 4개월 여 만에 치르는 데뷔전이다.
이로써 슈타인하우스는 독일 뿐 아니라 유럽 5대 빅 리그(독일ㆍ잉글랜드ㆍ스페인ㆍ이탈리아ㆍ프랑스)를 통 틀어 최초로 남자 경기에서 주심을 맡는 여성 심판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분데스리가에서는 1995년 여성 심판 게르트루트 게브하르트가 1부 리그 부심으로 2경기를 소화한 적이 있지만 주심은 슈타인하우스가 처음이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경찰관으로 일하고 있는 슈타인하우스는 독일 프로축구 무대에서 끊임없이 유리천장을 깨 왔다. 1995년부터 축구 심판으로 활동해온 그는 1999년부터 여자 분데스리가 심판으로 이름을 올렸고, 2007년에는 여성 최초로 분데스리가 2부 리그 심판이 됐다. 2011년과 2015년 여자월드컵,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축구 결승전에서도 휘슬을 입에 물었다.
슈타인하우스는 이날 DFB를 통해 “분데스리가에서 처음으로 주심을 맡게 돼 매우 기대가 된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나와 동료(부심)들은 이런 위대한 도전을 손꼽아 기다려 왔으며, 우리는 완벽히 준비가 돼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독일 축구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SC 프라이부르크 감독은 이날 “자신의 능력에 맞는 위치에 오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며 “심판의 성별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분데스리가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소속으로 활약하고 있는 일카이 귄도간(27ㆍ독일)은 지난 5월 새로운 주심 명단이 발표된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새로운 역사를 쓰려면 언제나 그것을 쓸 용기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슈타인하우스에게 존경을 표한다”고 적었다.
독일 축구에서 여성이 ‘유리천장’을 깬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포르투갈 출신의 헬레나 코스타(39)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스카우트로 선임 돼 화제를 모았다. 분데스리가에서 여성이 스카우트를 맡은 것은 코스타가 처음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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