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로 나간 자유한국당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다. 한국당은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1일부터 국회 보이콧 투쟁 중이다. 한반도 안보위기에 감행한 보이콧에 당 안팎에서는 ‘패착을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은 8일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보이스 오브 자유한국’이라고 이름 붙인 규탄대회를 열었다. 행사장에선 공영방송 정상화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당시 보도를 연관 지으며 “언론자유는 이미 차고 넘쳤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성 친박인 박대출 의원은 “여성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상한 뉴스, 가짜뉴스가 인터넷과 종편에서 나오면서 국민이 분노하도록 했다”며 “KBS, MBC 역시 이런 허위, 과장, 왜곡 보도를 하는 언론의 자유를 누려놓고 탄압을 받았다고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여세를 몰아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일대에서 첫 장외집회인 ‘문재인 정권의 5천만 핵인질, 방송장악 저지 국민보고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홍준표 대표는 청와대가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의 회동도 마다하며 퇴로마저 끊었다. 홍 대표는 전날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면담 내용을 거론하며 “진정성 없는 들러리 회담에는 참석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그러나 이미 한국당에선 퇴로를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앞서 정우택 원내대표는 6일 “언론장악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 표시와 독주·독선에서 벗어나서 협치의 정신을 지키겠다는 천명이 있으면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국회 복귀의 조건을 제시했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해주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책임 있는 당국자나 여당이 약속해주기 바란다”고 하기도 했다. 여야 정치권에선 일주일도 안돼 출구전략을 구걸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은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투쟁을 선언하자마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해 사실상 안보비상시국이 됐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가 투쟁 사흘 만인 5일에도 기자들에게 “국회 밖에 나갔다고 장외투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상태”라고 말해 장외투쟁의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당은 애초 바른정당에도 ‘동반 보이콧 투쟁’을 제안했으나 바른정당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는 “김 사장 체포영장 발부는 비판해야 마땅하지만 다른 때도 아닌 북핵 위기가 터진 정기국회 때 의정활동의 장을 떠나는 건 민심과 동떨어진 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거절했다”고 말했다.
여당이 한국당의 ‘나홀로 국회 보이콧’에도 느긋한 건 이런 사정 때문이다. 더구나 다음주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 시작되는 국정감사까지 한국당이 거부한다면 여론의 역풍이 자명하리라는 게 여당의 판단이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방송장악 의도가 없는 우리한테 그럴 생각이 없다고 선언하라는 앞뒤가 안 맞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응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장외집회 한번 연 뒤 스스로 논리를 만들어 복귀하지 않겠느냐”며 “국회 보이콧을 지속해봤자 궁지에 몰리는 건 한국당”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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