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명령을 받자마자 다른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킨 조치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에 따르면 과도한 음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진정인 A씨는 지난해 9월 한 광역시 정신병원에 입원해 6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다. 이후 정신보건심의위원회는 “A씨는 외래치료를 받으면서도 생활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올 2월 퇴원명령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퇴원 당일 A씨 보호자인 배우자와 아들은 A씨를 다른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시키고 “A씨가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없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참다 못한 A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병원 측은 “입원 당시나 입원 중에도 보호자가 퇴원명령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인권위로부터 사건 진정을 통보 받은 후에야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외부와의 접촉을 제한한 것에 대해서는 “A씨가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공격적인 언행을 일삼아 주치의 판단에 따라 치료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병원은 5월 인권위 진정을 통해 A씨가 퇴원명령을 받은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도, 6월 A씨의 ‘입원 등 연장 심사 청구’에서 그 사실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병원 측 행위는 정신건강복지법상 퇴원명령 제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A씨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을 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향후 유사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치료 목적으로 입원환자의 통신ㆍ면회를 제한할 경우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준수할 것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신병원 관할 지자체장에게 8일 권고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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