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ㆍKAI 비리 영장 모두 기각
검찰 “법원 판단 납득 어려워” 불만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 이후 야심 차게 수사해왔던 중요 사건 핵심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무더기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새벽 검찰이 공직선거법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청구한 양지회 전 기획실장 노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는 소명되나 수사진행 경과 등에 비춰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오 부장판사는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자료를 숨기거나 삭제한 혐의(증거은닉)로 청구된 양지회 현 사무총장 박모씨의 구속영장 역시 기각했다.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비리를 수사하면서 처음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검찰은 영장 기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당혹감과 불만을 내비쳤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퇴직직원 모임인 양지회가 국정원으로부터 수억 원대 국가예산으로 활동비를 지급받으며 노골적인 사이버 대선 개입과 정치관여를 했고, 수사가 이뤄지자 단순한 개인적 일탈로 몰아가기로 하면서 관련 증거를 은닉했음에도,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한 법원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법원이 구속수사의 필요성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는 점은 인정했기 때문에 검찰 수사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두 사람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채용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지원본부장 이모씨의 구속영장도 이날 새벽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혐의인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 회사내부의 신입사원 채용과정 등에 비춰 보면 피의자의 죄책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기본적 증거자료가 수집된 점, 주거가 일정한 점을 종합하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씨는 언론사 간부와 군 장성, 지방자치단체 간부 등의 청탁을 받은 KAI가 부정채용을 하는 과정에 깊숙이 연루된 의혹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기각 직후 “사실상의 공기업인 KAI가 외부 청탁을 받고 신입사원 공채과정에서 탈락자를 합격자로 바꾸는 노골적 취업비리가 10여명에 달했고, 2015년 군 검찰 수사를 통해 KAI 인사팀에서 동일한 내용이 적발된 이후 부정 채용된 사람만도 8명에 이르는 등 혐의가 무겁고, 인사업무 총괄자로서 책임이 크고 영장이 청구된 후 소재를 밝히지 않고 출석에 불응했던 사정 등을 감안할 때 구속영장 기각 사유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달 초에도 협력업체서 받은 뒷돈 일부를 부하직원으로부터 상납 받은 혐의로 KAI 전 생산본부장 윤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검찰은 7월 14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KAI의 방산비리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지만 잇따른 영장기각으로 향후 수사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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