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폐기 방지 법안 추진
미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막기 위한 법안을 추진한다. 한미 FTA 폐기는 절차적으로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FTA 폐기를 거론하며 한미 통상관계에 긴장을 초래하자 그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의회의 거센 반발에 놀란 트럼프 행정부가 “당분간 한미 FTA 폐기를 논의하지 않겠다”고 몸을 낮춤에 따라 FTA 폐기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관측이다.
7일 미 통상전문매체 인사이드 US 트레이드에 따르면 미 의회는 한미 FTA 폐기 절차 진행을 위한 트럼프 정부의 행정비용은 물론 폐기에 따른 후속 조치 비용 등에 관한 예산 집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한미 FTA가 폐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타격을 받는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후속 지원예산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집행을 사전에 막아 FTA 폐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스테파니 머피(플로리다)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에 대해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는 전략적 관점에서 해당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의회가 한미 FTA 폐기를 막기 위해 가진 옵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는 건 현재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뿐”이라며 “한미 FTA가 양국에 상호 호혜적이었다고 판단하는 미 하원과 상원은 해당 법안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폐기 카드를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미국이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FTA 폐기를 서면통보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동복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FTA 협정문에 명확한 규정이 없는 만큼 미국이 폐기 통보 후 이를 지렛대 삼아 우리 정부로부터 만족할만한 양보를 얻으면 철회할 것이란 시나리오”라며 “미 의회가 이를 막는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런 우려는 불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백악관은 의회 반발이 거세지자 당분간 한미 FTA 폐기와 관련한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의회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 라이언(위스콘신) 공화당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회 핵심인사들이 최근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한미 FTA 철회 문제를 당분간 의제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보고 받았다. 인사이드 US 트레이드는 “백악관 내부에서도 재계와 의회에 한미 FTA 폐기를 막도록 압력을 넣어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폐기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면서 한미 FTA 폐기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전망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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