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첫 삽을 뜬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는 10년이 지난 지금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도시’가 됐다. 정부세종청사엔 수십여개의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이 들어섰고 신축상가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이전 초기 황량함을 빗대 ‘세베리아(세종시+시베리아의 줄임말)’라는 말까지 나왔던 청사 주변엔 점심시간이면 쏟아지는 공무원의 행렬로 들썩거린다.
우수한 학군의 학교와 병ㆍ의원, 쾌적한 교통망은 물론 전국 최대 인공호수에 이르기까지 명품도시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의 부동산 투자처로 떠오르며 서울과 함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배경이기도 하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는 국가균형발전의 구심점이자 혁신도시의 산파이기도 하다. 넓은 의미에서 혁신도시의 확장판인 만큼, 세종시의 형성 과정을 들여다 보면 혁신도시의 지역 정착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종시의 외형적 성장은 눈부시다. 2012년 11만3,117명이던 세종시 전체 인구는 올해 7월 말 현재 27만2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행정도시로 이전한 정부기관은 54개에 달한다. 국무조정실을 필두로 기재부 등 19개 중앙행정기관과 20개 소속기관이 둥지를 옮겼다. 15개 국책연구기관과 4개 공공기관, 32개 지방자치단체 세종사무소도 들어섰다. 이전 기관 소속 공무원과 연구원은 1만8,70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공무원은 87%, 연구원은 81%가 세종시로 터전을 옮겼다.
세종시가 급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중추기능(중앙행정기관)의 대규모 이전 이외에도 전체의 절반 이상을 녹지로 만들고, 첨단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편안하고 안전한 도시 환경을 만드는 등 친환경첨단도시라는 정주여건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테크밸리(첨단산단)와 산학연클러스터를 계획하고,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의 유치에 적극 나서는 등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자족성 확보 노력이 더해진 것도 세종시 성장의 견인차로 꼽힌다. 다만 산단과 산학연클러스터는 아직까지 유치 성과가 크게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 제도적 지원책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시는 문재인 정부가 ‘실질적 행정수도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맏형으로서 더 큰 역할을 맡게 됐다. 정부는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전 미래창조과학부) 이전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미이전 중앙행정기관(행정안전부)의 추가 이전을 위한 행정도시특별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와 맞물려 국회는 용역을 통해 ‘국회분원 세종시 설치’ 논의를 본격화했다. 나아가 개헌 과정에서 국민투표 등을 통해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까지 공론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종시는 사실상의 ‘정치ㆍ행정수도’ 로 기능할 수도 있다.
세종시의 역할 확대는 혁신도시의 역할ㆍ기능 강화와 맞물려 진행된다. 노무현 정부 당시 충청권에 행정도시를 두고, 전 국토에 공공기관을 분산해 더 큰 균형발전 효과를 거둘 목적으로 탄생한 것이 혁신도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행정도시와 혁신도시가 이명박 정부의 수정안 파동, 박근혜 정부의 무관심 속에 굴곡을 겪었지만 그래도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이자 핵심 정책으로 그 역할을 해 왔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새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의 실효성과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혁신도시의 모태이자 확장판인 세종시를 중심으로 전국 혁신도시가 ‘각 지역의 현장책임자’로 기능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종시와 혁신도시가 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한 내실있는 발전책을 마련,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남연구원 송두범 박사(미래전략단장)는 “정부는 국정과제에 담은 세종시 행정수도를 실현과 연계해 혁신도시의 기능 확대를 위해 각 지역의 공공기관과 연관된 기관ㆍ기업ㆍ단체 등의 추가 이전, 인프라 구축, 인구 유입책 등 행정도시처럼 자족성 등까지 고려한 복합적인 발전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 박사는 “이런 공간적, 하드웨어적 노력과 함께 지자체 분권 확대, 혁신도시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을 마련해야 국가균형발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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