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자문단 위원장을 지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최근 대북 강경 기조를 보이고 있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 경색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를 주제로 한반도평화포럼이 연 월례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 협력을 요청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완전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처럼 돼 가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팃포탯(tit for tatㆍ맞받아치기) 식으로 초강경 지시를 내리는 모양새는 참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도 아닌 한국 외교부가 유엔 대북제재를 선도하고 나서면 어떻게 하느냐”며 “우리는 중간만 따라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의 화살은 문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진에게도 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강력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왜 대통령을 그렇게 최일선에 내세우느냐”며 “이대로 놔두면 (남북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가 버리고 만다”고 우려했다. 정 전 장관은 “(대통령의 발언이 대외에) 나가기 전에 최소한도의 대외 공개 수위 조절을 하는 것이 참모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정 전 장관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고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자문단 역할을 한 ‘10년의 힘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