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만원 대 금품수수 의혹을 받아온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어제 결국 사퇴했다. 본인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검찰에서 결백을 밝히겠다고 말해왔지만 당 안팎에서 제기된 책임론을 피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지난 6월 26일 전당대회에서 '개혁보수'를 앞세워 당선된 이 대표가 74일 만에 추문에 휩싸여 뜻을 꺾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바른정당은 또다시 리더십 공백과 정체성 혼란에 직면하게 됐고, 정계개편 논란 등 정치권에 밀어닥칠 후폭풍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사려 깊지 못한 불찰로 당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대표직 사의를 밝히고 모든 진실은 검찰에서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대 총선 과정에서 문제의 여성사업가에게서 금품을 받고 돈을 빌린 적은 있으나 모두 갚아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도덕성 논란이 커지고 당 대표로서의 리더십이 의심받는 상황에 이르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했음 직하다.
이 대표의 사퇴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자강파'와 '통합파'로 양분된 바른정당에서 전자를 이끌어온 이 대표가 퇴진함으로써 당 진로와 리더십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지도부 공백의 해법으로 비상대책위 가동 주장과 조기 전당대회 입장이 나뉘고, "대주주인 김무성ㆍ유승민 의원 등이 나서야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대적할 수 있다"는 '실세 등판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른정당으로서는 당의 존재감을 높이고 가치를 끌어올릴 계기로 삼는다면 나쁠 게 없다.
다만 바른정당이 어떻게 재편되든 보수 쇄신과 책임을 강조한 창당 정신에 등을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지도자의 잘못된 처신으로 당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아무리 뼈저리게 반성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도부 공백 속에 기회주의적 처신에 대한 유혹도 커질 수 있는데, 철새처럼 보신을 위해 명분을 저버리는 것은 잠시 살려고 영원히 죽는 자살행위다. 뭉쳐야 값이 더 나가고 길도 보이는 법이다. 그 선두에는 대주주가 서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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