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온상’오명에 학생들은 떠나가고
대책없는 소송 하세월에 피해는 학생 몫
“학교의 불투명 행정이 화근”비난 봇물
충북 괴산의 중원대학교가 대형 비리 사건에 휘말려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 건물을 무허가로 짓거나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했고, 그 피해를 학생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쓰면서 자퇴자가 급증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7일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도내 4년제 대학 가운데 재학생이 학교를 떠난 중도탈락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중원대로 나타났다. 중원대는 재학생 5,090명 가운데 446명이 학교를 등져, 중도탈락율이 8.8%에 달했다. 이는 충북대(2.6%)에 비해 3.4배, 한국교원대(0.8%)에 비해서는 무려 11배나 높은 비율이다. 중도탈락 사유는 자퇴가 46.2%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중원대는 신입생 충원률도 갈수록 떨어지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원내 신입생 충원률이 2016학년도 98.9%에서 2017학년도에는 91.7%로 1년 만에 7.2%포인트나 급감했다.
중원대의 이 같은 추락은 2015년 충격적인 건축 비리가 검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검찰조사 결과 중원대는 학교 건물 25개 가운데 본관 일부를 제외한 24개 동을 허가를 받지 않거나 설계도면도 없이 무단으로 건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혐의로 항소심에서 학교 법인인 대진교육재단은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고, 재단 사무국장이던 권모(58)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건축 과정에서 재단측은 불법 건축행위 단속 업무를 맡은 괴산군청 공무원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공무원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원, 추징금 740만원을 선고받았다. 불법 건축행위를 눈감아주려고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다른 공무원 2명은 벌금형을 받았다.
비리 관련자들에 대한 소송이 여전히 진행중인 가운데 지난 7월에는 연임에 성공했던 안병환(58)총장이 돌연 사퇴해 학내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졌다.
지난 2월 재선임된 뒤 학교 안정화에 앞장섰던 안 총장이 취임 3개월 만에 갑자기 사퇴해버리자 교직원·학생 등 학내구성원들이 크게 동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 비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무단 증축한 기숙사 2동에 대해 괴산군이 사용중지·원상회복 명령을 내리면서 여기서 생활하던 학생들이 하루 아침에 오갈 데 없이 쫓겨난 것이다. 이곳에 있던 300여명의 학생들은 괴산읍내나 증평, 청주 등지에서 원룸 등을 구해 통학을 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나머지 600여명은 기존 기숙사에 추가 수용되는 바람에 콩나물 시루 같은 좁은 공간에서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학교측은 문제의 기숙사 건물을 다시 사용하기 위해 행정소송에 나섰으나 1심에서 패소,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교와 재단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행정소송 진행 상황과 향후 대책을 묻는 질문에 재단측은 “민감한 부분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답을 피했다. 학교 관계자는 “건축 문제는 재단에서 모두 관여했다.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고 책임을 모두 재단으로 돌렸다.
충북도 관계자는 “모든 학교 행정을 불투명하고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처리하면서 생긴 비리중의 비리”라며 “학교 건물은 무허가 불법 건축물로 방치하면 대형 안전사고를 불러 올 수 있는 만큼 원칙대로 처리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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