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맨발의 청춘’(1964)과 ‘청춘고백’(1968) 등 1960년대를 대표하는 흥행작을 연출한 김기덕 감독이 7일 오후 3시 2분 별세했다. 향년 83세. 김 감독은 지난 4월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 왔다.
김 감독의 딸 김은아씨는 “아버지가 지난달 20일 수술을 받은 뒤 급격하게 병세가 나빠져 줄곧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며 “회복을 기대했는데 3주 만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비통하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1934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1961년 ‘5인의 해병’으로 데뷔해 1977년 마지막 연출작 ‘영광의 9회말’까지 16년 동안 66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신성일 엄앵란 주연으로 청춘영화의 전설이 된 ‘맨발의 청춘’을 비롯해 ‘용사는 살아 있다’(1965) ‘124 군부대’(1970) 등의 전쟁물, ‘오늘은 왕’ ‘친정 어머니’(1966) 등의 가족드라마, ‘대괴수 용가리’(1967) 같은 SF 괴수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종횡무진하며 한국영화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영광의 9회말’ 이후에는 서울예술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후진을 양성하는 데 열정을 바쳤다. 1998년 서울예술대학 학장, 2001년 동랑예술센터 총감독을 지냈고,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한민국예술원 연극ㆍ영화ㆍ무용 분과회장을 맡았다. 2011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으로 선정돼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안숙영씨ㆍ아들 영재 영기(연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씨ㆍ딸 은아씨ㆍ사위 민동순(SK네트웍스상무)씨ㆍ며느리 최선이(대한항공 기내식 기판사업본부장) 민자경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3호실이다. 발인은 9일 오전 11시, 장지는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02-2227-7556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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