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커지자 “페북 스타 돼야지”
학교 밖 청소년 사회관계망 좁아
또래집단서 인정받으려 범죄 과시
모방범죄 우려 불구 대책은 미미
또래 친구를 무차별 폭행한 것도 모자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를 되레 과시하는 등 죄의식이 결여된 일부 청소년들의 행태에 대한 분노가 식지 않고 있다. 이른바 ‘SNS 폭력홍보’를 통해 모방범죄가 우려되지만 이를 예방할 교육 등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 7월 17일 오전 1시부터 강원 강릉 경포해수욕장과 자취방 등지에서 또래를 5시간 이상 무차별 폭행한 10대 여성청소년 가운데 1명이 SNS 채팅방에 “팔로우 늘려 페북스타 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5명이 1명을 저항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장시간 폭력을 가했음에도 죄책감은커녕, 이번 일을 발판 삼아 SNS스타가 되겠다는 바람을 버젓이 드러내 충격을 주고 있다.
최소한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의 대화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집단 폭행 피해자 이모(17)양의 언니가 공개한 이들의 SNS 대화를 보면, 피투성이가 된 부산 여중생 피해자 사진을 공유해 자신들이 때린 피해자와 비교하며 조롱했다. 지난 5일 집단 폭행사건이 알려져 파장이 커지자 “어차피 다 흘러가” “이것도 추억”이라는 대화를 주고 받는 등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심지어 영상통화를 통해 집단 폭력을 중계하기까지 했다. 피해자는 물리적인 폭력에 이어 정신까지 피폐해지는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앞서 지난 3일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가해자로 추정되는 SNS에서도 반성의 기미가 없는 듯한 글이 올라와 공분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청소년들이 어울리는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과시욕이 죄의식을 억누르며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강릉 집단 폭행 사건의 가해자들 같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의 경우, 일반 학생보다 사회관계망이 좁아 집단에서 배척당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SNS를 통해 범죄 과시 형태로 표출된다는 분석이다. 집단에 대한 충성도가 죄책감보다 우선 한다는 얘기다.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비행청소년 상당수가 초기에는 집단 폭력 등이 나쁜 행동임을 알지만 또래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죄의식이 옅어져 잘못된 행위를 온라인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과시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게임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폭력과 살인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범죄행위에 무감각해 진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미성년자의 경우 선처해 줄 것’이란 왜곡된 법 해석으로 인해 청소년 범죄 수위가 높아지고 있으나 대책은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전대양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어릴 때부터 각종 매체를 통해 잔혹한 폭력행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환경에 과시욕 등이 더해지며 무차별적인 폭행으로 확대되는 사례가 많다”며 “더구나 SNS를 통한 죄책감 없는 폭력홍보로 모방범죄가 우려되는 어른들이 나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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