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무 개째 메이저 우승컵 수집에 나선 로저 페더러(36ㆍ랭킹 3위ㆍ스위스)가 US오픈 8강 문턱에서 좌절했다. 라이벌 라파엘 나달(31ㆍ1위ㆍ스페인)과의 맞대결 또한 무산됐다.
페더러는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29ㆍ28위ㆍ아르헨티나)를 만나 1-3(5-7 6-3 6-7 4-6)으로 무릎을 꿇었다.
페더러의 패배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는 1, 2라운드에서 각각 랭킹 70위와 101위를 상대해 모두 풀 세트 접전을 펼치며 대회 초반부터 체력을 크게 소모했다. 때문에 이날 경기에서 그는 총 53차례 네트 플레이를 하며 체력을 안배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지만 정확도에서 미흡했다.

페더러가 이날 승리했다면 4강전에서 나달을 만날 예정이었다. 나달은 페더러를 지금까지 총 37차례 만나 23승 14패로 우세를 보여왔다. 이들은 2000년대 최고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34개의 메이저 타이틀(페더러 19개ㆍ나달 15개)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정작 US오픈 무대에서는 한 번도 맞붙지 못 했다. 이들의 US오픈 첫 맞대결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결국 만남이 무산됐다.
앞서 나달은 이날 8강전에서 안드레이 루블레프(20ㆍ53위ㆍ러시아)를 3-0으로 일축하고 4강에 선착했다. 5경기를 치르며 15세트를 따내는 동안 단 2세트만을 내준 나달은, 이날 대회 통틀어 가장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1시간 36분만에 루블레프를 돌려보냈다. 이로써 그는 2014년 이후 4년 만에 US오픈 4강에 진출하며 생애 16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예고했다.

2009년 US오픈에서 나달과 페더러를 차례로 격파하고 정상에 올랐던 델 포트로는 7년 만에 또 다시 페더러의 발목을 잡고 두 번째 타이틀에 도전한다. 우승 이듬해 세계랭킹 4위까지 올랐던 그는 부상 때문에 한 때 1,000위 바깥으로까지 밀려났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 남자단식 은메달을 따낸 뒤 2013년 윔블던 이후 4년 만에 메이저 4강에 진출하며 부활을 선언했다. 4강에서 만나게 된 나달과 델 포트로는 13번 맞붙어 나달이 8승5패로 우위다. 페더러의 탈락으로 나달vs 델 포트로 4강전이 대회 최고의 흥행카드로 떠올랐다.
한편, 다음주 발표될 세계랭킹에서 사상 최초로 스페인 선수가 남녀 1위를 독식하게 됐다. 올해 윔블던 우승자인 가르비녜 무구루사(24)는 이번 대회에서 16강 탈락했지만, 현재 1위인 카롤리나 플리스코바(25ㆍ체코)와 2위 시모나 할렙(26ㆍ루마니아)의 포인트가 하락해 왕좌에 오르게 됐다. 또한, 페더러의 탈락으로 나달 또한 남자 세계 1위를 유지하며 사상 최초로 스페인 선수가 남녀 단식 랭킹 1위에 오르게 됐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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