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 조사도 제대로 못해
SNS 조롱 등 2차 피해 발생
부산에 이어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10대 여성 청소년들의 집단 폭행 사건이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부실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피의자 조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는가 하면, 폭행 동영상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릉경찰서는 또래 청소년을 집단 폭행한 성모(17)영과 정모(17)양 등 6명을 입건해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성양 등은 또래 이모(17)양을 7월17일 오전 1시쯤부터 경포대 백사장과 자취방 등지로 끌고 다니며 수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폭행장면을 휴대폰 영상통화로 중계하고, 이양을 가위 등 흉기로 위협하기까지 했다. 이양은 5시간 가량 이뤄진 폭행으로 얼굴과 입술이 심하게 부어 올랐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집단 폭행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피의자 조사 조차 마무리 짓지 못했다. 가해자 가운데 1명인 정양(17)이 출석 요구에 불응했으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사건이 부산 여중생 피투성이 폭행사건 여파로 국민적인 관심을 받자 정양을 지난 5일에서야 임의 동행해 조사했다.
경찰 조사가 늦어지면서 피해자 이양과 가족들의 고통이 깊어진 것은 물론, 가해 청소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죄의식 없이 피해자를 조롱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물리적 폭행에 이어 2차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피해자 가족들이 폭행 동영상을 공개하기 전까지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폭행 동영상은 이번 사건의 핵심증거다. 경찰은 지난 5일 피해자 이양의 가족으로부터 동영상을 제출 받고서야 뒤늦게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경찰은 “사건 수사 초기만 해도 피해 청소년의 얼굴 사진 2장과 전치 2주 진단서가 제출됐을 뿐 동영상의 존재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사건 발생 직후 범죄 피해자 치료비 지원 등을 의뢰하는 등 조치를 취했고, 동영상을 확보한 만큼 가해 청소년들의 범행 가담 정도 등을 면밀하게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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