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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잠실 재건축 검은 수주전… 조합원에 묻지마 금품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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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잠실 재건축 검은 수주전… 조합원에 묻지마 금품 공세

입력
2017.09.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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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0억 규모 시공사 입찰 앞두고

대형건설사 선정용역 맡은 업체

노골적 공짜투어에 고가 선물

150만원 상품권ㆍ뷔페 식사권 등

거부 조합원에도 끈질기게 구애

“수주 유력” 업계에 소문 파다

해당 건설사 “향응 없었다” 부인

서울 잠실지역 한 아파트 재건축 단지 수주전에 뛰어든 대형 건설사의 시공사 선정 기획을 맡은 용업업체가 조합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상품권.
서울 잠실지역 한 아파트 재건축 단지 수주전에 뛰어든 대형 건설사의 시공사 선정 기획을 맡은 용업업체가 조합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상품권.

4,700억원대 규모의 서울 잠실 지역 한 아파트 재건축 단지 수주전에 뛰어든 대형 건설사의 시공사 선정 기획을 맡은 용역업체가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노골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검은 수주전’에 사용되는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라 도를 넘은 불공정 행위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6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국내 대형건설사인 A사의 시공 수주기획을 맡은 용역업체 B사가 서울 송파구 신천동 미성타운아파트와 크로바맨션의 재건축 조합원들을 상대로 올해 7월부터 고급 식당의 상품권과 휴양문화시설 입장권, 특산물 등은 물론 ‘묻지마 관광’까지 물량 공세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짜 투어에 각종 특산물 등 제공

조합원 S씨는 지난달 17일 아내 등과 함께 수서고속철도(SRT) 수서역에서 부산행 열차에 올랐다. B사가 조합원 관리 차원에서 제공한 공짜 일일 부산 투어길에 오른 것. S씨 가족을 비롯해 같은 아파트 주민 수십명이 한 조였다. 노년층 조합원들이 주류를 이뤘다. 값비싼 점심식사 대접을 받은 이들은 부산 태종대 인근에서 유람선 관광을 즐긴 데 이어 해상케이블카도 탔고, 고급 해산물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서울로 돌아왔다. 이날 관광 코스에는 A사의 모델하우스 구경이 포함돼 있었다. 모델하우스 견학이라는 명목인 셈이지만 명백한 향응 제공이다. S씨 일행의 당일치기 부산 관광과 같은 접대 여행은 지난달 16~24일 중 다섯 차례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부산에서 돌아온 지 엿새 뒤 S씨 집에는 B사가 보낸 택배가 도착했다. 오징어 한 축, 쥐포, 건미역, 다시마, 멸치 봉지가 잔뜩 들어있는 고가의 건어물 선물 세트였다. 한 조합원은 “부산에 다녀온 조합원들 집에는 빠짐없이 건어물 세트가 배달됐다”고 말했다. 관광을 다녀온 다른 조합원들에게는 훈제오리고기 세트나 쌀, 포도, 참기름 등이 배달되기도 했다.

서울 잠실지역 한 아파트 재건축 단지 수주전에 뛰어든 대형 건설사의 시공사 선정 기획을 맡은 용업업체가 조합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선물세트.
서울 잠실지역 한 아파트 재건축 단지 수주전에 뛰어든 대형 건설사의 시공사 선정 기획을 맡은 용업업체가 조합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선물세트.

A건설사의 그룹계열사 상품권 등도 선물

향응과 물품을 제공하는 B사 뒤에는 A사가 있을 것이라는 정황도 다수 나타났다.

B사는 조합원들에게 A사가 속한 그룹 계열사들의 시설 이용권이나 고액 식사권, 백화점 고액 상품권 등도 다수 뿌렸다. 조합원 최모씨의 남편은 A사 계열의 백화점 상품권 50만원권과 잠실 지역에서 A사가 운영하는 호텔의 고급 뷔페레스토랑 식사권(8만~9만원)을 받았다. 또 다른 조합원 최모씨는 15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아 챙겼다. 다주택자인 그는 시공사 선정 투표에서 3표를 행사할 수 있어 다른 조합원들보다 고액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B사의 선물 공세에 부담을 느낀 일부 조합원들은 받은 상품권을 되돌려주기도 했다. B사는 A사의 쇼핑몰에 입점한 바닷가재 뷔페전문점에 ‘A사’ 명의로 예약한 뒤 100여명의 조합원들에게 1인당 12만원 상당의 식사 접대를 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A사가 운영하는 시설의 전망대 입장권(2만5,500원)과 수족관 입장권(2만9,000원)도 제공됐다. 조합원들 사이에선 B사를 앞세워 A사가 시공사 선정에 나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한 이유다.

조합원에 대한 식사 대접이 이뤄진 식당 예약현황.
조합원에 대한 식사 대접이 이뤄진 식당 예약현황.

지나친 수주전에 주민들도 거부감

선물 공세가 이어지자 급기야 조합원들 모임에서도 상당한 우려와 거부감이 드러났다. 크로바맨션 조합원 C씨는 “분명히 거절 의사를 표했는데도 계속 문자와 전화를 한다. 심지어 일요일 저녁 8시에도 방문하더라. (A사가) 정말 끈질기다”고까지 했다. 미성아파트 조합원 D씨도 “상품을 안 받겠다고 강경하게 거절했더니 저 없을 때 집에 찾아와서 화장지를 놓고 갔다”며 불쾌해했다. 결국 재건축 조합장 명의의 조합 소식지에도 “시공사의 금품 및 향응 제공에 일절 응하지 마시라. 타 조합원이 지켜보고 있다. 빈축을 사는 처신은 삼가 달라”는 취지의 글이 실렸다.

B사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시공사 선정에 열을 올리는 건 잠실 지역에 뿌리내린 A사가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섰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송파구 신천동 일대 7만5684.5㎡를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은 지하 2층~지상 35층의 공동주택 1,888세대(소형 임대주택 188세대 포함) 및 부대복지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달 22일로 예정된 입찰에는 국내 유수의 대형 건설사들이 참가할 것으로 보이나 부동산업계에선 A사가 수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최종 시공사 선정은 다음달 11일 결정된다. 해당 조합원 E씨는 “시공사의 접대와 향응은 절대 공짜가 아니라 문제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조합원들”이라며 “수주 과욕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많다”고 꼬집었다.

A사 측은 B사의 선물 공세와 A사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 “그룹 전체적으로 엄격한 준법경영을 해오고 있는 마당”이라며 “확인해 봤지만 조합원 향응ㆍ금품제공과 관련해 우리 회사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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