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올레는 앞으로의 10년도 지난 10년처럼 ‘꼬닥꼬닥’ 걸어갈 것입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고향인 제주에도 도보길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돌아와 제주올레를 탄생시킨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제주올레 10주년을 맞아 밝힌 각오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열 살밖에 안됐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길을 내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지금의 제주올레가 있기까지는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고 회상했다.
서 이사장은 “제주올레가 이처럼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이 큰 역할을 했다. 관광지만 여행할 때는 알지 못했던 제주의 속살, 황홀한 자연 풍광에 사람들은 매혹됐다”며 “여기에 또 하나 걷는 이들에게 감귤 하나 손에 꼭 쥐여주는 지역 사람들의 인정에서 받은 감동까지 가미돼 추억의 길, 힐링이 길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길 위에서 만나는 올레꾼들이 이 길을 걷고 너무나 행복했다며 이런 길을 걸을 수 있게 길을 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할 때마다 그 순간순간이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힘들고 안타까웠던 순간도 많았다. 사십 평생에 올레길을 처음 걸으러 찾았던 여성이 길을 다 걸어보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던 사건도 있었다. 서 이사장은 “이 일로 인해 당국에서도 제주올레길 치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체계를 갖추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당시에는 너무 가슴이 아파서 한동안 길을 다시 나갈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서 이사장은 또 “기억에 남는 올레꾼들은 너무나 많다”며 “아들과 2년에 걸쳐 제주올레를 완주한 최고령(83세) 완주자,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위해 4대가 함께 길을 걸은 가족들, 아들과 함께 올레길을 걸으려고 계획했다가 아들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 아들의 49제를 지낸 후 홀로 올레길을 찾았던 아버지 등 올레길을 찾는 이유들이 다 다르고 한 명 한 명의 사연이 다 특별하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주올레길은 자연, 마을과 함께하는 길이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며 “이 연결고리를 잘 가져가기 위해서는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보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길을 다져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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