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마케팅… 수백만원대 강의도
숙소까지 연계해 지방 학생 유치
‘추석 황금연휴의 기적을 만들어 드립니다.’
대전의 고3 수험생 이모(18)군은 최근 한 대학 입시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학원 광고를 보고 이번 추석연휴를 서울의 친척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이달 30일부터 서울 강남의 한 대형학원에서 진행되는 이른바 ‘추석특강’을 수강하기 위해서다. 이군은 “들뜬 명절 분위기에 집중력이 깨질까 불안한 마음에 수강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수험생들에게 30일부터 이어지는 열흘짜리 ‘황금연휴’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주요 학원가도 저마다 ‘알찬 황금연휴 만들기’ ‘일대일 개별 강의’ ‘막바지 수능 정리’ 등의 홍보를 앞세워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기특강을 구성해 ‘연휴 특수’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학원들은 지방에서 서울로 이른바 ‘원정 수강’을 오는 학생들을 위해 고속철도(KTX) 정차역과 학원 사이 셔틀버스를 배치하는 등 편의 제공도 마다하지 않는다. 인근 호텔과 연계해 숙식을 제공하는 학원도 있다.
문제는 “남들과 똑같이 놀다가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학생들의 불안감을 미끼로 치솟은 수강료다. 서울 대치동의 A논술학원은 연휴 10일 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점심ㆍ저녁식사 1시간씩 제외) 짜인 논술수업에 수강료 350만원을 책정했다. 하루 약 10시간이란 수업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한달 치 수강료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학원 관계자는 “한 반에 10명이 채 안 되는 소수 정예로 집중 특강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같은 대치동의 B학원도 이 기간 한 과목 당 약 110만원의 수강료를 받는다. 아예 지방 학생을 겨냥한 이 학원은 인근 호텔과 계약을 맺어 9박 10일간 숙식을 제공하는데 80만원을 별도로 책정하기도 했다.
값비싼 수강료에 학부모들은 한숨을 내쉰다.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 최모(49)씨는 “100만원, 20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부담이지만 연휴에 놀지도 못하는 아들이 안쓰러워 최근 추석특강을 등록해줬다”고 하소연했다.
때마다 되풀이되는 사교육 업체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한 쓴소리도 쏟아진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입시 불안감을 이용하는 학원들이 단기 속성이나 문제풀이 과정을 앞세워 마치 금방이라도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것처럼 학생들을 부추기고 있다”며 “특히 고3 학생들은 지금까지 해 온 학습과정을 차분히 정리해야 할 시기이므로 이런 유혹에 넘어갈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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