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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쫓아내는 트럼프… 한인 청년 1만명 꿈도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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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쫓아내는 트럼프… 한인 청년 1만명 꿈도 깨지나

입력
2017.09.0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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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과 기술 인력이 대다수

6개월 내 구제 안 되면 추방 위기

필리핀 정부는 지원 기금 마련

한인단체, 우리 정부 대책 촉구

오바마도 “잔인한 짓”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일(현지시간) 불법체류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프로그램을 폐기한다고 공식 선언하자 백악관 앞에서 다카 지지자들이 정부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드림법안 시행하라'는 한글 현수막도 보인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일(현지시간) 불법체류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프로그램을 폐기한다고 공식 선언하자 백악관 앞에서 다카 지지자들이 정부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드림법안 시행하라'는 한글 현수막도 보인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불법 이민자의 이민 당시 동반한 미성년 자녀, 일명 ‘드리머’(Dreamer)의 추방을 유예하는 미등록 이주자 청년 추방유예(DACAㆍ다카) 프로그램을 폐지키로 결정하면서 미국내 한인 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의회가 입법을 통해 이들을 구제할 가능성은 있지만, 입법화 시도가 무산되면 불법으로 이민 온 부모를 어린 시절 따라와 자란 한인 청년들은 미국에서 추방될 처지다.

미국 이민귀화국(USCIS)의 올해 3월 통계에 따르면, 2012년 도입 이후 누적된 다카 신규 적용자는 모두 88만 6,814명. 이 중 멕시코 출신이 68만여명으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페루 순이며 한국은 7,813명으로 여섯 번째이면서 아시아에서는 가장 많다. 한인단체 관계자는 “한인 이주자 중 서류 미비자가 많은데 이들을 포함하면 추방 위기에 처한 한인 청년들은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인 단체들은 다카 폐지가 한인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술렁이고 있다. 한인들이 밀집한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을 중심으로 지난달부터 기자회견, 거리행진 등을 벌여왔던 한인 시민단체들은 이날 다카 폐지 결정에 대한 규탄 성명을 내는 한편 인터넷과 핫라인 전화 등을 통해 상담과 정보 공유활동에도 나섰다. 그간 다카 프로그램으로 1,200명의 노동허가증 발급을 도운 민권센터는 이날 성명에서 “오늘은 대단히 슬프고 실망스런 날이다”며 “이번 결정은 대다수 미국인들의 정서를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가치와 도덕성, 정의감을 역행했다”고 규탄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여온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관계자들도 이날 “젊은이의 삶을 이런 식으로 송두리째 빼앗는 것은 야만적이고 잔혹한 행위”라고 성토했다. 한인단체들은 각 지역 연방 의원들에게 드리머 구제를 위한 법안 통과를 호소하는 활동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특히 필리핀 정부의 경우, 미국에서 추방 위기에 처한 1만명가량의 자국민들에게 기금을 지원키로 결정한 사실을 들며 우리 정부의 대책 마련도 함께 촉구할 방침이다.

다카 폐지로 영향을 받게 될 한인 청년 대다수는 대학생, 혹은 전문교육 경험이나 기술을 갖춘 이들로 파악된다. 하지만 6개월 뒤 추방돼 한국으로 돌아올 경우 학업을 이어가기도, 직장을 새로 잡기도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다카 제도의 대표적인 수혜자들로 한국인을 꼽으며 “이들은 빵을 팔아 학비를 냈다”고 전했다. 한인단체들도 이들이 미국에 머문다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들어 의회와 시민단체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펼쳐갈 계획이다. 한 한인단체 관계자는 “아직 정확히 미국 정부의 지침이 드러나지 않아 섣불리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에서 정착해 성장한 젊은이들을 내쫓는 것이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기본 가치를 배반한다는 점에서 한인사회는 물론 미국 사회 전반에서도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 밸리 주요 기업 CEO들은 “드리머를 짓밟는 잔인한 짓”이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미국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한 당사자를 비롯해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뉴욕 맨해튼 5번가 트럼프 타워 주변과 백악관 앞에서 집회를 갖는 등 미 전역에서 시위를 벌여 미국이 또다시 국론 분열의 격동에 휩싸이는 양상이다.

다카 프로그램은 불법 이민이긴 하지만 부모의 잘못으로 따라와 미국에서 성장한 청년들에게까지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취지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2년 행정명령으로 이들의 추방을 유예한 제도다. 16세 이전에 미국에 입국한 31살 미만의 청년들에게 2년마다 노동허가증을 갱신해 미국에서 계속 일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구현하는 청년이라며 ‘드리머’라고 불렀다.

하지만 입법화가 번번히 무산되자 행정명령으로 도입된 다카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논란에 휩싸여오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발목이 잡혔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이날 “다카 프로그램은 위헌”이라며 폐지 결정을 발표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행정권을 남용했다고 비난하며 “이제 의회가 일 할 때”라며 공을 의회로 돌렸다. 이 같은 법적 논란 이면에는 불법 이민자들이 백인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세션스 장관은 “다카가 불법 이민자들을 허용함으로써 수십만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잃게 했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는 백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이민정책의 연장선으로, 최근 국정 지지율이 바닥을 걷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결정한 측면도 강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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