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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축소ㆍ사시 폐지 결정타… 손글씨 학원들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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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축소ㆍ사시 폐지 결정타… 손글씨 학원들 “아, 옛날이여”

입력
2017.09.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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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형 시험 준비생 이탈하며

근근이 잇던 생계 막다른 길에

손글씨 푸대접에 느는 악필인구

“글씨 자신있다” 10명중 3명뿐

사양산업 된 글씨 교정 학원의 텅 빈 강의실 모습. 배우한 기자
사양산업 된 글씨 교정 학원의 텅 빈 강의실 모습. 배우한 기자

“1990년에 학원 열었을 때만 해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글씨 교정하겠단 사람들이 줄을 섰어요. 수강생이 꾸준히 50명 정도는 됐으니까요.”

30년 가까이 글씨 교정을 지도해 온 A씨는 6일 한때 잘나갔던 시절을 회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내와 함께 학원을 운영하는데 임대료와 관리비를 제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며 “(학원을 하는) 우리조차 글씨 쓸 일이 없는데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 있겠냐”고 고개를 숙였다.

글씨교정학원 한숨이 나날이 깊어만 가고 있다. PC와 스마트폰이 확산되며 손글씨 쓸 일이 줄어든 데다, ‘글씨를 굳이 잘 쓸 필요 있냐’는 인식까지 퍼지면서다. 손글씨에 대한 무관심은 관련 시험 응시자 추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펜글씨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대한글씨검정교육회 관계자는 “70~80년대만 해도 한 해 10만명 가까이 되던 응시자가 지금은 1,000명도 안 된다”고 말했다. 차트글씨(특정 영역 안에 알맞은 크기와 모양으로 쓰는 글씨)나 붓글씨 시험은 응시하는 사람이 없어 폐지된 지 오래다.

희박하게나마 남아 있던 방학 특수도 사라졌다. ‘반듯한 글씨=교육의 기본’이라는 등식에 균열이 간 탓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B학원 관계자는 “방학이 되면 엄마 손에 붙들려 오는 초등학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때가 꿈만 같다”며 “이젠 하루 한 명도 가르치지 않을 때가 많아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신세”라고 했다.

자연히 악필 인구는 늘고 있다. 한국교원총연합회가 교원 1,443명을 대상으로 2014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교원 10명에 9명 이상(93.5%)이 ‘글씨를 못 쓰는 학생이 늘었다’고 답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직장인과 취업준비생 9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글씨 쓰는 것에 자신 있다’는 사람이 30%에 불과했다.

전망은 더욱 어둡다. 새 정부가 대입 논술전형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게 결정타다. 경기 용인시 C학원 관계자는 “수강생 20%가 논술을 앞둔 고등학생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법고시까지 폐지되면서 서술형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 상당수도 이탈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D학원 관계자는 “한때는 글씨 교정이 고시과목 중 하나로 여겨질 정도였다는데 지금은 고시생조차 찾아오질 않는다”고 전했다. 대한글씨검정교육회 관계자는 “두뇌 자극 등 효과가 있음에도 당장 스마트기기의 효율성에만 매몰돼 글씨 쓰기를 소홀히 여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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