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러시아가 극동지역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국제회의 ‘동방경제포럼’에 맞춰 열린 이날 회담은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통한 극동개발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대한 양국 대응에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회담 모두에 “북한의 도발이 멈추지 않으면 통제할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회담 결과 설명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이 잘못된 길이며 한반도의 긴장 완화가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정부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앞으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설명은 사뭇 뉘앙스가 달랐다. 그는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면 안 되고 냉정하게 긴장 고조 조치를 피해야 한다”며 “한반도 사태는 제재와 압력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외교적 해법 없이는 현재 상황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러시아와 중국이 만든 북핵 해법 로드맵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했다. 지난 7월 중러 공동성명으로 제시한 이 로드맵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시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협상 개시→무력불사용, 불침략, 평화 공존 등의 원칙 확정→핵문제 등 일괄 타결→북미 국교정상화 등 단계적 행동 방안을 담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내주 초 채택을 목표로 미국이 제시한 새 대북 제재안이 회람되고 있다. 이 초안에는 ▦원유 공급 중단 ▦북한 노동자 입국 금지 ▦북한산 섬유 수입 중단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날 한러 정상회담에서 “원유 공급 중단이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푸틴 대통령은 “원유 중단은 병원 등 민간 피해가 우려된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새 대북 제재안의 수위가 낮아지거나 의견 차이로 자칫 불발할 가능성까지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 발사에 수소폭탄 실험까지 하고 공공연히 추가 도발을 예고하며 폭주하는 상황에서 중러가 제시한 ‘쌍중단’을 지금 단계에서 논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상황이 녹록하지 않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목표로 하는 미국과 보조를 맞춰 외교력을 총동원해 끝까지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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