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 발 맞춘 독일정부 압력에
세입자 호스텔 운영업체에 계약종료 통보

독일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려는 독일 정부의 계속된 압력으로 인해 대사관 건물 임대사업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됐다고 독일 언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줄 일부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영 ARD방송과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판 등에 따르면, 북한 대사관은 최근 세입자인 독일 호스텔 운영업체(EGI GmbH)에 임대차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일간 타게스슈피겔도 “이런 (대사관 건물 임대) 관행을 종료하는 일과 관련한 추가 진전이 있었다”는 독일 외무부 당국자의 언급을 전하면서 해당 보도가 사실임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북한 대사관은 독일 통일 이후, 근무인력 축소 등으로 생긴 여유 공간을 2004년부터 호스텔과 컨퍼런스센터 업체에 각각 임대하고 매월 약 4만유로(약 5,400만원)를 받아 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강화 결의에 따라 독일 정부는 북한 대사관 측에 임대사업 중단을 거듭 요구해 왔다. 해당 결의가 북한의 자금줄 차단을 위해 “모든 유엔 회원국은 자국 내에서 북한이 외교나 영사활동 이외의 목적으로 대사관 등 외교공관을 소유ㆍ임대해 영리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스텔 측도 계약 종료를 통보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하지만 북한대사관의 통보만으로 계약이 자동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실제로 계약 무효 효과의 발생 여부나 그 시기 등은 아직 불투명하다. 호스텔 측은 최근 들어선 월 임차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스텔 측은 “독일 외무부가 북한 대사관에 압력을 가하고, 임대차 계약 만료 통보를 언론에 흘리는 등 사업을 방해해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졌다”며 강력 반발하면서 외무부 측에 수 차례의 면담 요청을 한 것도 모두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한편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북한이 옛 동독과의 협약으로 지금도 소유 중인 대사관 용지와 관련, 통일 후의 독일 정부가 이를 취소할 수도 있었으나 북한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 이를 포함해 임대사업에도 눈을 감아 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유엔 결의 이후 이 같은 독일 정부의 미온적 태도는 강경 방침으로 180도 돌아섰다. 독일 외무부 당국자는 “올해 봄부터 계속해서 북한 측에 임대사업 중단을 구두와 서면으로 촉구했고, 지난달 29일 마지막 서한을 보냈다”고 말했다.
앞서 베를린시는 이 같은 임대사업은 외교대표부 등 건물과 활동에는 과세하지 않는 국제법상 규약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소득세를 부과했다. 북한대사관 측은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반발하면서 민사소송까지 제기했으나 결국 베를린시가 승소했다. 당시 독일 외무부 중재로 베를린시와 북한대사관은 소득세와 연체료 등의 장기분할 납부에 합의했지만 이후 간헐적으로만 납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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