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연맹 축산물 관리 토론회
“유럽처럼 전문업체가 방제해야”
‘살충제 계란’ 사태의 원인은 살충제 관리 체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연맹은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국소비자연맹 정광모홀에서 ‘살충제 계란 사태로 바라본 축산물 안전관리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살충제 계란 사태가 소강 국면으로 들어선 뒤 정부와 민간이 공동 논의의 장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론회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전문가, 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살충제 유통과 사용에 대한 관리 체계가 없었던 게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향기 소비자연맹 부회장은 “항생제 등 동물용의약품은 수의사가 처방해 전문가에 의한 약품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살충제는 농민들이 사용량이나 사용 방법도 모른 채 무허가 제품을 마구 사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도 “일본에선 농가가 직접 살충제를 구입해 뿌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수의사가 살충제 내성 검사를 해 농장마다 효과가 좋은 살충제를 여러 개 처방해 번갈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유럽의 경우도 농가는 생산에만 집중하고 방제는 전문업체가 청소와 소독 등을 종합적으로 서비스한다고 덧붙였다.
유해물질관리와 잔류물질검사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 부회장은 “유해물질은 환경부가, 유해물질이 함유된 제품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고 있다“며 “이를 일원화해 통합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프로닐 등 잔류물질 허용 기준이 없어 국제식품규격위원회 기준인 코덱스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곽노성 전 식품안전정보원장은 “코덱스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잔류물질 모니터링 능력이 없는 개발도상국이 쓰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도 살충제를 대체할 수 있는 진드기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닭 진드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긴급 연구 과제로 선정해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독성 살충제 대신 자외선이나 식물 추출물로 진드기를 박멸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된다. 라 청장은 또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가축질병에 강한 품종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강한 병아리 생산을 위해 번식용 계란에 영양물질을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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