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여 동안 1억 여원 지원한 이승환
“태어나서 처음 입니다.” 6일 오후 서울 신정동 문화공간 CJ아지트. 가수 이승환이 진행자로 나
서 파워포인트(PPT) 포인터를 들고 인디 음악 활성화 계획을 설명했다. 이승환이 프리젠테이션을 자청했다. 취재진에게 보여줄 PPT 문안 작성도 직접 했다. 새 앨범 또는 출연하는 드라마나 영화 소개 자료 작성에까지 참여하는 연예인은 드물다. 이승환이 인디 음악 지원 프로젝트에 애정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승환은 2015년 11월부터 매달 인디 음악인 1~5팀을 선발해 공연장 대관료를 지원해왔다.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음악 자체나 음악 생태계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나섰다. 서울 홍익대 인근 소극장과 밴드의 공존을 위해 추진한 ‘프리 프롬 올’ 프로젝트가 결과물이다. 이승환 관계자에 따르면 이승환은 이달까지 공연장 대관료와 밴드 연습비 7,800여 만원을 후배들을 위해 썼다. 슈가도넛 등 인디 밴드에게 공연을 열어줘 총 4,200여 만원의 입장 수익을 올렸고, 이 수익금도 후배들에게 돌려줬다.
이승환은 CJ문화재단과 손잡고 ‘판’을 키웠다. ‘프리 프롬 올’ 보다 공연 규모(2,000석)를 넓혔다. 록밴드 아이엠낫의 내달 21일 공연(예스24라이브홀)이 시작이다. 인디 음악인들에게 절실한 건 무대다. 창작자를 위해 더 잦은 공연 기회와 큰 무대를 마련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취지다. 이승환은 “많은 인디 가수들이 알려지고 싶어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나가고 싶다는 농담을 많이 한다”며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으로 홍익대 라이브 공연장도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후배들을 위해 꿈을 펼칠 수 있는 큰 판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리 재료’ 공개하고 곡 마무리 작업해 주는 윤상
가수 윤상도 음악계의 다양한 발전을 위해 나섰다. 그는 전자음악 신인 발굴에 팔을 걷어붙였다. 윤상 하면 발라드 가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는 국내 전자음악계의 ‘거목’이다. 고 신해철과 전자음악 프로젝트 팀 ‘노땐스’를 결성하는 등 1990년대 중반부터 전자음악으로 다양한 창작물을 내왔다. 윤상은 리믹스 경연(‘디지털리언 믹스업’)을 7월부터 시작했다. 우승자를 뽑아 창작 지원 상금까지 줬다.
윤상은 ‘스템 파일’(노래를 구성하는 보컬과 악기 각각의 음원 파일)까지 공개했다. 전자음악은 혼합이 미덕이다. 장르 특성상 전자 음악 뮤지션들은 리믹스를 많이 해야 실력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원작자의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저작권법상 절차 등으로 스템 파일을 구하지 못해 리믹스를 하기 어렵다. 윤상이 자신의 전자 음악팀 원피스의 곡 ‘얼론’과 ‘렛츠겟잇’의 스템 파일을 무료로 공개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 준 이유다.
윤상은 매달 전자 음악 뮤지션 한 팀을 뽑아 음원 공개의 기회도 준다. 믹싱과 사운드의 균형을 맞춰주는 마스터링 작업까지 돕는다. 지난 4월엔 작업 스튜디오도 열었다. 윤상은 “더 많은 프로듀서형 뮤지션들이 자유롭게 창작을 하고 음원을 발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한 일”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