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사람이 모여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기능을 표출하는 공간이다. 끊임없이 거주하기에 편한 공간을 추구하고, 그와 동시에 상응한 제도와 규칙, 과학과 기술, 문화와 산업 등을 꽃피운다. 도시의 본질은 인간관계와 공동체 문화이다. 사람들이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떤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느냐가 관건이다.
스마트시티(Smart City)는 첨단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주요기능을 네트워크화한 도시다. 미래도시 구성에는 첨단기술의 다양한 응용도 중요하지만, 인간관계와 공동체 문화를 더욱 많이 고민해야 한다. 도시가 국가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도시 건설로 달려가고 있다. 중국은 이미 500여 스마트도시 건설을 계획하고, 이런 스마트도시를 중심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시킬 방침이다.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 중동지역에서도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도시 계획이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ICT 기반 도시건설을 넘어, 다양한 성장동력을 내포한 미래 먹거리이다. 향후 4차 산업혁명의 요소기술이 적용돼 블루칩 시장으로 펼쳐질 스마트시티는 최근까지 많은 도시를 만들고, ICT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자랑해온 우리에게는 절호의 기회이다.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인가? ICT, 빅데이터, 모바일, AI, 클라우딩 등의 요소기술이 교육, 문화, 산업, 의료, 환경,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 융ㆍ복합 적용돼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 핵심 요소기술이 융ㆍ복합할 대상을 가장 포괄적으로 갖춘 게 바로 ‘도시’다. 도시야말로 4차 산업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 지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게 있다. 사실 창조경제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과학과 IT에 접목하고,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에 융ㆍ복합 하자는 것으로서는, 지금의 4차 산업혁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정책 목표만 제시했을 뿐 그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결여함으로써 구체적 실행 단계에서의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했다. 그 결과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 기업 생태계와 연결한다는 당초의 과제 달성에 실패했다. 한마디로 창조경제를 펼칠 장이 마련되지 못했다.
우리는 아파트공화국이라고 할 만큼 대규모 공동주택단지를 공급, 다양한 분야의 산업을 동반 성장시켰다. 4차 산업 기술을 융ㆍ복합한 스마트도시도 비슷한 효과를 낼 만하다.
도시는 4차 산업을 실험하고, 일으키고, 적용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샌드박스(Sand Box)이자, 4차 산업의 성장 기반이 될 거대한 ‘시장(Market)’이다. 4차 산업혁명은 스마트시티와 연계해 추진할 때 더욱 큰 성과를 낸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다양하게 적용할 테스트베드(Test-Bed) 도시 건설을 제안한다. 실리콘밸리처럼, 4차 산업과 스마트도시의 실험실이자 창업센터, 전시장이자 시장인 거대한 시험공간을 만들어 보자. 알량한 애국주의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ICT와 도시건설에서 세계 정상의 경험과 경쟁력을 가진 우리 아닌가.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4차 산업혁명, 스마트시티 정책 모두가 어떻게 사람 간의 관계와 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것이냐에 성패가 달렸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좀 더 긴밀하고 친숙한 공동체의 형성이 미래 도시와 산업 설계에서 최우선 가치여야 한다.
황희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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