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30)은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앞선 8월31일 등판 때 애리조나를 만나 4이닝 6실점으로 구겼던 자존심을 설욕하고 싶었고, “약 팀에만 강하다”고 꼬집은 현지 언론의 편견을 깰 필요도 있었다. 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이번 주까지만 6인 선발 체제를 유지하고 다음주부터 5인 로테이션을 운영하기로 하면서 포스트시즌 전 선발 한 자리를 견고히 지켜야 했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1위를 달리는 애리조나와 두 번째 만난 류현진은 작심한 듯 1회부터 시속 150㎞대의 빠른 공을 세 개나 뿌렸다. 최고 시속은 151㎞를 찍었고, 마지막 타자를 상대할 때 97개째 직구는 시속 143㎞를 기록했다.
지난 등판과 투구 패턴도 바꿨다. 직구(33개)와 컷패스트볼(28개)의 비율이 76.3%에 달할 만큼 빠른 공에 의존하다가 난타를 당했지만 이번에는 100개 중 직구(29개), 컷패스트볼(20개)을 줄이고 체인지업(30개), 슬라이더(15개), 커브(6개) 변화구를 활용했다. 그 결과 6이닝 동안 안타 3개를 맞고 1실점으로 막았다. 5개의 볼넷이 유일한 흠이었으나 삼진은 7개를 뽑아냈다.
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애리조나 잭 그레인키와 팽팽한 선발 맞대결을 펼친 것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류현진의 동료였던 그레인키는 2015시즌 후 애리조나와 6년 총액 2억650만달러(약 2,376억6,000만원)의 초대형 계약을 터뜨렸고, 연봉은 3,442만달러(396억원)로 당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 그레인키는 이날 7이닝 4피안타(1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다저스 타선을 봉쇄했다.
류현진은 1-1로 맞선 7회초 마운드에 내려가 시즌 6승 수확에 실패했지만 평균자책점을 3.71에서 3.59로 낮추고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받는데도 성공했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류현진이 경쟁력 있게 잘 던졌다”며 “6이닝 동안 멋진 호투를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류현진은 “그레인키와 선발 대결을 하다 보니까 더 집중력 있게 들어갔고, 6이닝까지 잘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호투에도 팀 타선이 침묵하고, 불펜 난조와 실책 탓에 연장 10회 1-3으로 졌다. 다저스는 최근 5연패, 애리조나전 5연패 늪에 빠졌다. 반면 애리조나는 12연승 신바람을 이어갔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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