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문고 창립자
대산 신용호 탄생 100주년
일평생 ‘국민 교육’을 고민
광화문 글판 아이디어도 제안
“사통팔달 제일 좋은 목에 청소년을 위한 멍석을 깔아 줍시다. 와서 사람과 만나고, 책과 만나고, 지혜와 만나고, 희망과 만나게 합시다. 책을 읽은 청소년이 작가나 대학교수, 사업가, 대통령이 되고 노벨상도 탄다면 그 이상 나라를 위하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대산(大山) 신용호(1917~2003) 교보생명 창립자가 1981년 서울 광화문에 서점을 열겠다고 했을 때 임원들이 “금싸라기 땅에 돈도 안 되는 서점을 들이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반대하자 한 말이다. 그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를 열었다. 신 창립자는 특히 사람들이 책을 훔쳐 가더라도 절대 망신 주지 말 것을 직원에게 신신당부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신 창립자를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며 그의 삶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보험 불모지나 다름 없던 우리나라에서 생명보험업을 선도해 온 신 창립자는 사실 세계 최초로 교육 보험을 만든 선구자이기도 하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삶을 관통했던 단어는 바로 ‘국민교육’이었다. 그에게 교육은 ‘끊임없는 배움을 통해 자기계발과 인간성장을 평생 추구하는 것’이었다. 전남 영암의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난 신 창립자는 사실 잦은 병치레로 초등학교조차 나오지 못한 무학(無學)이었지만 항상 독서를 즐기고 민족의 장래를 걱정했다. 1958년 8월 설립한 대한교육보험 주식회사(교보생명의 전신)의 창립 이념도 ‘국민교육진흥’과 ‘민족자본형성’이었다.
창립과 동시에 선보인 진학보험(현 교육보험)은 교육에 생명보험의 원리를 접목, 사람들에게 ‘매일 담배 한 갑 살 돈을 아끼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줬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출시 후 30년간 300만명의 학생들이 학자금을 받아 학업을 이어 갔다”며 “이런 인재들이 우리나라 경제개발 시대의 주역으로 활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광화문 글판 아이디어도 제안
7일 기념음악회를 시작으로
심포·사진전 등 잇달아 열려
교육보험 외에도 신 창립자가 이룬 ‘최초’의 기록은 늘 한국 보험산업 발전에 한 획을 그었다. 그는 1977년 국내 최초로 종업원 퇴직적립보험을 개발해 퇴직연금시장을 선도했고, 80년 국내 최초 개발한 암보험으로 본격적인 보장성 보험 시대의 막을 열기도 했다. 이 같은 공로로 1983년 세계보험협회(IIS)로부터 보험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보험대상’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IIS는 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97년 ‘신용호세계보험학술대상’까지 제정했고 매년 학자들을 수상하고 있다.
교보생명 건물에 걸린 ‘광화문 글판’도 신 창립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1991년 1월 첫선을 보일 당시 문구는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 다시 찾자’였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신 창립자는 “기업 홍보 대신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판으로 운영하자”고 제안했고, 이후 여운과 감동을 주는 시 문구가 등장했다. 글판은 지난 4일 신경림 시인의 시 ‘별’로 83번째 옷을 갈아입었다.
교보생명은 신 창립자 탄생(음력 8월 11일·양력 9월 30일) 100주년을 맞아 7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기념 음악회, 14일 ‘대산의 교육이념과 미래교육 방향’을 주제로 한 학술심포지엄을 연다. 또 28일까지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와 강남 교보타워에서 기념사진전도 연다. 교보문고도 백일독서캠페인, 심야책방, 북콘서트 등 다양한 캠페인을 운영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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