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영화화하기로 결심하는 데는 채 40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이 소설을 '어떻게' 영화화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 고심의 흔적은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을 만나 그 얘기를 들어봤다.
-소설을 읽은 관객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고민이었겠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소설 속 결말과 영화의 결말이 같으면서도 이게 아름답게, 만족스럽게 느껴지거나 두 결말이 굉장히 다른데도 만족스럽게 느껴지거나. 둘 중 하나이지 않나. 두 번째를 선택했다.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면서 결말에 대한 확신이 잡히지 않아서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영화는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움직이려면 '진짜' 같아야 한다. 사실감 있는 인물로 구성을 하다 보니 소설처럼 급진적으로 마무리하기보다 충분히 관객들이 받아들일 만한 결말이어야 하고, 그게 마음이 움직이는 결론이어야 한다고 판단을 내렸다."
-영화화 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영화가 대중과 호흡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소설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긴 하다. 관객이 주인공이 돼서, 주인공과 함께, 주인공을 따라서 극에 빠져서 흘러가려면 적어도 그 화자는 관객이 응원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소설과 가장 큰 차이점은 그거다. 응원할 수 있느냐, 할 수 없느냐. 영화에서는 김병수(설경구 분)를 응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연쇄살인자라는 원죄는 가져가되 그럼에도 김병수라는 캐릭터를 응원할 수 있기를 바랐다. 소설에서는 김병수가 병적 살인마다. 쾌감이 사라져서 살인을 그만뒀다고 할 정도로 살인을 즐기는 캐릭터인데 영화에서는 쓰레기들만 죽이는 목적 살인을 한다. 병적 살인에서 목적 살인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연쇄살인마라는 원죄를 갖고 있고, 용서는 할 수 없지만 치매에 걸려 번뇌와 고통을 받는 그에게 연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쟤는 죄를 물어야 돼' 하고 그 연민을 스스로 단죄하게 되고. 좀 더 입체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언론시사회에서 국내영화 스릴러 장르 저변이 넓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국내에는 정통 스릴러의 저변이 넓지가 않다. 많이 잡자면, 국내에서 스릴러를 즐기는 관객층을 250만에서 300만 명 정도로 보고 있다. 한국 영화가 500~600만, 잘 맞으면 1000만 명까지 동원하는 이런 시장에서 스릴러가 상대적으로 사람이 많은 장르는 아닌 것이다. 스릴러는 스스로 영화 안에 뛰어들어서 등장인물과 줄다리기를 해야 하고, 능동적으로 봐야 하기에 취향이 갈린다. 그래서 저변이 넓지 않다고 하는데, 이번 '살인자의 기억법'은 소설과 영화의 만남이기에 스릴러의 저변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있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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