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별세한 작가 마광수(66)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가 세상을 등지기 직전까지 새 소설집 출간을 준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마 전 교수의 죽음으로 유고 소설집이 되고만 새 소설집 ‘추억마저 지우려’(어문학사)는 이르면 이달 중 출간된다.
박희영 어문학사 대표는 6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마광수 전 교수가 올해 하반기 단편소설집 ‘추억마저 지우려’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고 표제작도 마 전 교수가 직접 정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표지만 정하면 되는 시점에서 생을 마감해 안타깝다”며 “유족과 상의해 이르면 이달 중 출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어문학사는 마 전 교수가 최근까지도 책을 냈던 출판사다. ‘나는 너야’(2015) ‘인간에 대하여’(2016) ‘사랑이라는 환상’(2016)을 어문학사에서 냈다.
‘추억마저 지우려’는 10여쪽 내외의 단편소설 21편으로 이뤄진 소설집이다. 모두 미발표 원고로 마 전 교수 자신을 투영한 작품이 상당수 실렸다. 단편 ‘카리스마’는 소심하고 세상을 무서워하는 한 여성이 마초적인 남성으로부터 사랑을 찾는 이야기로 소설 속 세상을 무서워하는 여성은 마 전 교수 스스로를 투영하는 것이라고 출판사 측은 설명했다. 마 전 교수가 아예 자신의 이름을 딴 단편 ‘마광수 교수의 마누라’도 마 전 교수의 삶을 담았다.
1983년 국내 첫 ‘윤동주 연구’ 박사 논문을 쓴 마 전 교수는 유고 소설집 머리말을 대신해 ‘서시(序詩)’를 실었다. ‘그래도 내게는 소중했던’이란 제목의 이 서시는 마 전 교수의 소설을 대변하고 있다. ‘기쁘지도 않으면서 마주했던 우리의 만남/ (…) /죽지도 못하면서 시도했던 우리의 정사’ 등의 시구가 쓸쓸한 정서를 자아낸다.
마 전 교수는 5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마 전 교수가 지난해 연세대에서 정년퇴직한 뒤 우울증 증세에 시달리며 약물을 복용했다며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인의 영결식은 7일 순천향대학 병원에 치러진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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