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같은 학번인 (최)수진이가 발레를 너무 잘하는 거예요. 저도 더 잘 추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4년을 발레 클래스를 듣고 전공하는 친구들한테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고 그랬어요.“
현대무용을 전공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입학한 무용수는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발레 동작에 매료 돼 끊임없이 배웠다. 현대무용수 최수진을 비롯해 주변 무용수들은 동료이자 자극제가 됐다. 팬들이 직접 홈페이지를 운영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현대무용계 스타 안남근(31) 이야기다.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안남근은 전날 자정까지 연습실에서 안무 연습을 하고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제자들에게 레슨을 하고 인터뷰에 나왔다고 했다. 바쁜 와중에도 그가 가장 욕심 나는 건 여전히 춤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에 혼자 그림 그리는 게 취미였던 소년은 비보잉 춤을 추며 자신을 표현하는 친구들을 보고 무작정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춤 그 자체가 자극이 됐다. “고등학생 때는 (무용)콩쿠르에서 성창용 형이 뛰는 걸 보고 사이드 점프를 1년 동안 몇 천번 연습했어요. 2학년 때는 이용우 형이 스트레칭 없이도 멋진 춤을 추는 걸 보고 한예종에 가야겠다고 결심했고요.”
대전예고와 한예종, LDP무용단 등 엘리트 코스를 거친 그는 요즘도 “더 배우고 싶어” (한예종) 외부 사람들과 작업을 많이 한다. 스스로 현재를 “알을 깨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무용을 지속하고 싶은 마음에 군면제를 위해 콩쿠르 1위에 수없이 도전했던 젊은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는 권령은 안무가의 안무로 재탄생해 지난달 국립현대무용단 무대에 올려졌다. “다른 사람들이 춤을 대하는 태도와 에너지,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과정이에요. 나중에 제대로 된 큰 안무를 하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안남근은 오는 9~10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전미숙무용단의 신작 ‘바우(bow)’ 무대에 선다. 전미숙 한예종 교수가 인사의 동작,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갖는 사회적 의미 등을 끄집어 내 춤으로 만든 작품이다. 10월엔 안무, 연출을 맡고 직접 출연까지 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한다.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라고 설득하는 건 잘 못하는데 저를 표현하는 건 잘해요. 나이가 더 들어도 이원국, 강수진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춤을 추는 게 목표예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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